(4)도류중인(쓰루시게도 일교대학 교수)가 내린 진단 인플레와 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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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은 전후 30년 동안 고도성장으로 질주한 결과 두 가지의 골치 아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의 만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심각한 환경오염이다.
산업생산성이 높아지면 물가는 당연히 내려가야 하지만 독과점 등에 의한 가격의 하향경직성으로 물가가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시장에 있어서 생산성의 상승은 단위 「코스트」의 감소와 시장가격의 하락을 의미하지만 이런 반론이 독과점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노동조합이 강력한 일본에선 이미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과점시대엔 생산성향상의 혜택이 가격하락에 의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산업 내의 자본과 노동에 의해 내부적으로 분배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경제성장이 높으면 「인플레」의 위험도 높다. 이는 이론적으로 증명될 수 있고 또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도 그렇다. 시장에서의 불 완전경쟁과 노동조합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앞으로 일본에서 유효한 소득정책수단을 강행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한 높은 경제성장률, 그것에 비례하는 높은 「인플레」를 가져오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과거 20년간의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률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50년대엔 저물가에 고 성장 율 이룩했으나 60년대엔 고 물가와 성장이 비슷한 「페이스」를 보이고 70년대엔「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아 고 물가·저 성장으로 반전되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물가 중에서도 시민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비자 물가가 도매물가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70년대에 들어 물가 상승은 가속되고 있다. 53년부터 62년까지 10년간 도매물가가 거의 안정세를 보인데 비해 그후 10년간 14.4% 올랐으며 「오일·쇼크」이후는 물가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는 실질 성장률이 10%선을 넘는 60년대부터 꾸준히 올랐는데 53년부터 62년까지 10년간은 38.4%, 63년부터 72년까지 10년간은 74.8%가 올랐다.
과거 일본의 고도성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인간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여러 쾌적함을 대가로 한 것이며 또 일반대중의 희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흔히 환경문제가 나쁘면 『소득이 훨씬 높아진 다음에 처리할 문제』란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그 동안에 환경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것이며 초기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시일이 지나면 치유불능이 되고 만다.
일본의 뇌호 내해 지역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경승지이며 어업자원의 보고로서 자랑거리가 되고있으나 공장폐수 때문에 점차 황폐화되어 죽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일본의 대기·해양·하천오염은 매우 높은 편이다. 벌써 여러 불치의 공해병이 전국에서 나타나고있다. 그런데 이런 공해병의 피해는 가장 빈곤한 계층이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의 공해 및 환경문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 되고 있다. 벌써 주민혼동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옛날의 공해대책 기본법은 『국민의 건강을 도모함과 아울러 생활환경을 보전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건전한 경제발전과의 조화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대적 규정이 있었으나 70년 수정안에서 삭제되었다. 벌써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확연히 달라져 이제 환경문제는 비용·편익의 계산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란 생각이 일반화하고 있다.
이러한 「무드」때문에 기업들도 공해대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 기업설비투자 중 공해방지투자의 비중이 65년의 3.0%에서 69년 5.0%, 75년 8.6%로 높아지고 있다. 또 금액으로도 지난 10년간에 40배가 늘어, 75년엔 1조1천7백82억「엔」을 기록했다.
앞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은 공해문제에 구속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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