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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새로운 책임<사회와의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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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은 이윤추구가 그 목적이라 해도 그 기능상 사회적 신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원적으로 따지면 이윤추구 자체가 사회적 책임일지 모른다. 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지 않으면 이윤추구의 지속이 불가능하다. 기업이 사회 안에서 기업활동을 해야 하는 이상 그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또 호감을 받지 못하면 계속적인 존속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업과 사회는 고기와 물로 흔히 비유된다. 고기가 물에서 유영하듯이 기업은 사회 속에서 호흡하고 커 가야하는 것이다. 기업은 영구적인 것이므로 항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윤을 계속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가야 한다.

<마찰예방 힘써야>
기업이 물 불 안 가리고 이윤추구에만 전념하면 당장은 실적이 올라갈지 모르지만 그것이 오래갈 수는 없다. 지나친 이윤추구로 사회의 반발을 사면 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항상 소비자·종업원·지역사회의 세심한 배려를 해야한다.
장기적으로 보아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은 상호보완적이라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표리관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선 전후 고도성장의 영웅으로 존경받던 경영자가 이젠 제악의 원흉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는 기업이 단기적 이윤추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사회와의 마찰문제를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해·매점매석·분식결산·탈세 등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추악한 면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기업에 대해 크게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부 기업의 악덕행위는 전 기업의 그것으로 인식되어 사회와 기업의 유리를 초래한다.
기업과 사회의 유리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로 연결된다. 때문에 일본에선 기업과 사회의 일체화를 위해 대화의 광장을 넓히고 기업도 기업의 입장에서만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입장에서 기업을 보는 발상전환에 노력하자는 「캠페인」이 경제동우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공헌과 매상직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①기업활동의 대규모화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 ①경제성장에 따른 환경파괴의 가속과 공해·과밀도시 등 산업문명의「마이너스」기능의 확대③선진공업국에서 기존의 정치·사회 체제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감④노동조합·소비자단체·지역사회조직 등의 발언권 강화⑤물질생활의 풍요함으로부터 인간생활의 풍요함을 찾는 가치관의 변화 등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변화에 발맞추어 기업경영자도 이제까지의 이윤추구활동의 「리더」적 역할을 다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주·사회·종업원간의 이해조정자의 기능까지 다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경영자의 그런 조정기능을 통해서 사회와 기업간의 거리를 좁히고 자본주의경제의 쇠퇴를 미리 막아야 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의 영속적인 이윤추구를 가능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에 기업의 영업보고서를 쇄신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영업실적이나 자산을 종래와 같이 매상이나 재고·공장「플랜트」등 경제적 지표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환경·공해·지역사회와의 조화, 소비자·종업원의 호응도 까지 망라한 종합적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보상이나 공장「플랜트」와 아울러 장기적으로 기업이윤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양에선 아직 영업보고서에 법이나 규칙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사항밖에 기입하지 않으나 구미에선 『구체적인 사회공헌 목표의 설정과 실천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의 근본목적이 이윤추구라는 것을 동양보다 훨씬 뚜렷이 인식하고 있는 서구에서 사회적 공헌사항을 기업의 영업보고서에 반드시 명시하는 것을 보아도 기업이윤과 사회적 책임간의 상호보완성을 잘 알 수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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