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총격의 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3일 새벽 철원 북방 비무장지대에서 있었던 북괴 측의 총격으로 아군 1명이 순사하고 다른 1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점이나 정황으로 보아 이는 우발적인 돌발 사고나 실수로 보아 넘길 수 없는 고의적 도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약 총격을 가한 북괴 병이 있던 지점이 군사분계선 북쪽 비무장지대이고, 순사한 아군병사가 있던 곳이 분계선 남쪽 비무장 지대였다면 북괴는 이 사건을 우발적인 접촉사고라고 얼버무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서로 공인된 지대를 지나치다가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시비가 벌어져 총까지 쏘게 됐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기야 그런 경우라도 북괴는 오래 시치미를 떼거나 억지와 생떼를 부려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것과도 다르다. 살인만행을 저지른 북괴 병은 분명 군사분계선을 불법 월경하여 남쪽 비무장지대를 2㎞나 침투, 남방한계선 직전에서 한계선 이쪽의 아군순찰병을 향해 총격을 가해온 것이다. 한마디로 사건의 전 과정에 걸쳐 우리측엔 손톱만큼의 흠이나 허물도 없었고 모든 고의적인 불법과 탈법은 북괴가 저지른 것이다.
휴전협정은 분명히 군사분계선을 뛰어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북괴는 그것을 무단히 꿰뚫고서 남쪽으로 깊숙이 침투해왔다. 그것도 맨손이 아니라 AK47 자동소총을 들고서. 그리고 그 흉기를 남방 한계선 이쪽으로 겨누어 정상 근무 중의 아군을 향해 기습공격을 자행했다.
이러한 정황증거를 두고 볼 때 북괴의 월경침투와 살인만행은 철저하게 계획된 고의적 도발행위라고 밖엔 볼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살인자 개인의 자의적인 결정에 의한 순간적인 행위가 아니라 북괴 고위층의 전략적인 의도에서 비롯한 도발임을 숨길 수 없다. 북괴처럼 통제된 사회에서 상급자의 지령이 없이 하급자가 단독으로 그런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평양방송을 통한 북괴의 「시치미 떼기」작전 자체가 저들의 궁색함을 반증해 줄뿐이다.
그렇다면 북괴는 무엇 대문에 그런 계획적인 도발을 자행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북괴가 노리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휴전협정의 공동화와 휴전체제의 파괴에 있는 것 같다.
휴전체제는 우리에게 있어선 어떤 일이 있어도 수호해야 할 현상안정의 구조적인 상징이다. 그러나 북괴에 대해서는 그것은 무력적화통일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괴는 어떻게 해서든 휴전협정과 휴전체제를 사문 화시키고 휴지화 시키려고 갖은 도발 책 등을 다 부리는 것이다.
작은 협정위반이 되풀이되면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새로운 협상공세를 기도하고, 그것이 교착되면 보다 큰 협정위반을 자행하여 전면 남침의 계기를 잡아보겠다는 계략이다. 때문에 이러한 북괴의 협상변경 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선 그들의 초기적인 소규모 도발을 아예 처음부터 무력화시키는 억지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현존 휴전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우리의 방위태세와 전력을 더 한층 증강하는 것이며, 휴전체제에 대한 어떠한 북괴의 도전도 초동단계에서 철저히 응징될 것이란 점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오는 9일 열리리라는 군사정전회의에서 「유엔」측은 그 점을 특별히 강조하여 주지시키지 않으면 안 될 줄 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