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지노」주변 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왕년의 명고 「미시시피」의 도 박사』는 섣불리 도박에 손댄 사람이 어떻게 마감되어 가는가를 실감나게 그려 감동을 주었다. 직업적인 도 박사에게 걸려들어 돈뿐 아니라, 가진 것 모두를 털린 신사가 굴욕감과 자책감에 고민하다가 끝내 자살하고야 만다.
도박으로 말미암은 이같은 폐단과 비극이 어디 구미뿐이겠는가. 근자 또다시 우리나라 「카지노」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비극도 이를 그대로 실감케 해주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허망한, 일확천금의 꿈을 쫓다가 마침내 2억여원이란 거금을 잃고 「쇼크」를 일으켜 숨진 어설픈 사업가가 있었는가 하면, 3천여만원을 날리곤 홧김에 자살한 모 선박업자가 있고, 겁없이 4천여만원을 잃은 끝에 분신자살한 돈 많은 가정부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빚어졌다는 것은 결코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카지노」가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근검 절약하는 건실한 생활태도와 사회기풍을 허물어뜨리는 작용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관광객유치와 외무획득을 위한다는 구실 밑에 운영되고 있는 「카지노」가 탈세·외환유출 등의 문제로 가끔 말썽을 빚어왔는데, 이번엔 다시 내국인출입국인·상습도박꾼 입장허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의 내국인출입사실을 일제수사 해온 검찰은 4월30일 속리산관광 「호텔·카지노」와 해운대관광「호텔·카지노」간부 6명을 「복표발행현상과 사행행위단속법」위반혐의로 구속했다고 한다.
이번의 범법행위 수사를 계기로 「카지노」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봐야 하겠으며, 나아가 과연 그 같은 노름판을 공공연히 벌여도 좋을 것인지 깊이 반성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카지노」를 둘러싼 온갖 부정과 상습도박·폭력사태 등이 샅샅이 파헤쳐져야 하고 국민이 「카지노」의 정체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져 함부로 기웃거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만 하겠다.
도박이란 원래 아편과 같아서 한번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우며, 많은 경우 가산의 탕진·정신적 타락 등으로 패가망신하기 일쑤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박이 갖는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세찬 반대여론까지 있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카지노」를 이 땅에 상륙시킨 처사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모든 사회악은 사후에 손쓰기 보다 사전에 발생원에서부터 철저히 규제하고 대비해야만 옳기 때문이다.
「카지노」개장의 유일한 명분이었던 외국관광객유치와 외화획득 조차도 잘돼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번 수사로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외국인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외국인동반내국인」과 내국인 숙박객도 입장을 허가해 말썽을 빚는가하면 몇몇 「카지노」는 거의 1백% 내국인만을 출입시켜 왔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 예로 가장 빈번히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속리산관광「호텔·카지노」의 경우, 허가자체에 잘못이 있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고찰이 중요관광자원인 그 산 속에 「카지노」를 설치해서 외국관광용으로 성업을 이루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순한 저의가 있었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낭비와 퇴폐, 사회적 부패 등 갖가지 해독을 낳는 온상역할을 실제로 하고있는 「카지노」의 존속에 대해 재검토가 있어 마땅하다. 당국은 그래도 현실적인 필요로 굳이 「카지노」를 둬야하겠다면 서울이나 제주 등 극히 한정된 지역에만 이를 인정하여 원래의 설치취지대로 운영되게끔 철저히 규제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