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나만 챙기는 한국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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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호 04면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세월호 이야깁니다. 보고들은 상황을 전하며 울먹이다가 총체적 비리에 화를 내고 허탈한 마음에 혀를 차는 패턴이 공통적으로 이어집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도 그랬습니다. 제 또래 한국 여성 두 분과 비슷한 연배의 외국인 남성 한 분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로 주제가 좁혀졌습니다.

“88올림픽 이후 본격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오히려 나만 더 잘살자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게 쌓인 비리가 거대한 시스템이 됐고.”

“한국 사람들은 너무 자기만 생각해요. 세월호 사건은 참 안타깝지만, 예를 들어 그 전에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었죠.”

“왜 그런 것 같아요?”

“한국이 (국경을 마주한) 이웃 나라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섬이나 다를 바 없죠. 다른 나라 신경 안 쓰는.”

“80년대 이후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사실상 사라졌잖아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 내 아이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죠.”

거대한 부조리의 메트릭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뭘까요. 바로 나부터 바로잡는 것. 내 본분대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그렇게 사는 것.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값비싼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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