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교포 북괴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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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영주권을 갖고있는 교포의 공식집계는 23만 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교포들까지 포함하면 약 30만 명은 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이 가운데 20만 명은 1962년 이후에 이주한 사람들이다. 지난해의 경우, 3만 명 남짓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의 개정이민법(올해 1월3일 발효)에 따라 다소 이주의 문이 좁아지긴 했지만. 「가족재결합을 존중하는 미국의 전통은 변한 것이 없다.
따라서 연고에 의한 이민은 앞으로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이민장려는 우리의 인구정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만큼 최근「카터」정권의 해외여행 완화정책은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영주권을 갖고있는 미국거주자들도 이른바 미국의「전 적대국」을 여행할 수 있게된 것이다.
그 대상지역 가운데는 북한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같은 조치는 지각없고 무책임한 일부의「센티맨틀」한 교포들에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다. 또한 북괴의 책동까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재미교포들의 이성적 판단에 달려있다. 미국이 한반도정세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한, 우선 교포 스스로의 판단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판단의 기준은 자명한 것 같다. 우선 재일교포의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 재일교포의 경우는 대부분 일제치하에서 강제에 못 이겨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다.
또한 일본의 교포사회가 흑백의 극단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현실도 있다.
그러나 재미교포의 경우는 모든 것이 자의에서 이루어졌다.
동란 중 북한에서의 탈출은 물론이며, 그들이 미국에 이주한 것도 자의의 판단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되돌아 보려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한낱 값싼 감상이거나, 엉뚱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국의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의 이주, 그 자체도 한국의 국적이 있었기 때문에「보장」된 것이다. 그들은 그 조국에 대한 긍지와 신뢰를 결코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적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초라한 모습은 다른 나라 아닌 미국 안에서 너무도 뼈저리게 목격했을 것이다. 월남·「캄보디아」의 난민들-. 재미교포들은 오히려 새로운 상황에서 스스로 단결해 의연한 자세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줄 만도 하다. 미국인들은 기질적으로 강한 민족일수록 두려워하고 존경한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새로운 정세, 새로운 상황에서도 결코 미국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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