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표의 가감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 새로 조정된 부동산 과표는「아파트」에 적용될 과표가 별도로 마련된 데다 일반주택에 대해서도 지역·구조·용도 등에 따른 지수제를 도입함으로써 종전에 비해 과세 대상이나 적용방법이 크게 세분화됐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과표는 재산세·취득세·등록세·도시계획세·소방공동시설세 등 각종세금의 부과기준이 되는 것인 만큼 시행상 다소의 복잡성이 따르더라도 가능한 한 개개의 과세대상이 다각적으로 세밀히 평가되도록 마련돼야 함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분화도 어디까지나 공평과세·응능 부담이란 조세행정의 대 원칙이 구현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하며 만의 일이라도 단순히 증세의 방편이나 형식적인 요건충족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과표는「아파트」를 평수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 40평 이상인 1급은 종전 과표에 20%를, 31∼39평까지인 2급은 10%를 각각 가산토록 하는 한편 16∼30평까지로 돼있는 3급은 종전 과표대로 두되 15평 이하인 4급은 종전 과표에서 20%를 감산 적용토록 돼있다.
과세대상의 등급에 따라 이처럼 가감율을 적용토록 한 것은 해마다 20∼30%씩 무조건 인상 일변도로만 치닫던 이제까지의 과표조정 경향에 비해 진일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조정에서는 종전까지 20%의 가산율을 적용했던「엘리베이터」등 부대시설을 평가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엘리베이터」를 갖춘 40평 이상의, 1급「아파트」의 경우 과표가 평당 종전의 18만원에서 15만원으로 20%낮아져 새 과표에 따른 가산율 20%를 적용시켜 보았자 상쇄되는 바람에 인상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은「엘리베이터」를 갖춘 2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엘리베이터」시설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아파트」들은 15평 이하의 4급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과표가 사실상 10%이상 인상돼 세 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지게 됐다.
정작 중과돼야할 초대형 호화「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고 중간형만 부담이 늘어나는 꼴이 됐다.
일반주택의 과표는 어떤가. 주택 과표에 지수제를 도입했지만 지역지수의 경우 서울과 부산을 한데 묶어 이들 도시의 광범위한 시 역 전체를 똑같이 1백으로 책정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인접지방의 읍이나 면 단위 지역과 경계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접해있는 변두리지역도 도심의 이른바 금싸라기 지역과 동일한 과표의 적용을 받게끔 돼 있는 것이다.
재산세 부과를 앞두고 내무부가 서울의 변두리지역 36개 동과 부산의 외곽지역 8개 동에 대해 지역지수를 한 단계 낮춰 도청소재지에 해당하는 지수 95를 적용키로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불합리 점을 시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도로포장은 말할 것도 없고 상수도 급수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이른바「서울 보통시민」들에게는 도청소재지와 맞먹는 지수를 적용, 고작 5%의 감산을 해준다해도 달가울 리가 없을 것이다.
세정 당국이 기왕에 잘못된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하는 바에야 감질나는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할 줄 안다.
이와 더불어 주택 과표책정에 있어서 내장재·정원의 구축물 등 부대설비에 대한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세정당국자들에게 부과된 과업의 하나라 하겠다.
이와같은 세제상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고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줄 안다. 현재 부동산 과표의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운영실태를 지도·감독해야하는 내무부 세정 2계는 직원이라야 겨우 3∼4명이 앉아서 재산세·등록세·도시계획세·소방공동시설세 등의 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 같은 체제를 두고 세제개선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어리석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 란이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세 업무의 재무부 이관이나 국세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소이가 바로 이런 데에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혀두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