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만원 특진수술, 8월엔 23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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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월부터 수술·마취·영상검사 등에 붙는 선택진료비(특진료)가 35% 줄어든다. 선택진료 의사도 2016년까지 지금의 3분의 1로 줄인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이런 내용의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월 복지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던 3대 비급여(선택진료·상급병실·간병비) 개선 방침을 이번에 구체화한 것이다.

 선택진료비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지 10년이 넘은 의사에게 수술·마취·검사를 받을 때 진료비를 20~100% 추가로 내는 제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을 부담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8월부터 수술·검사 등 8개 항목의 선택진료비 추가비율을 15~50%로 낮춘다. 수술과 마취의 경우 진료비의 100%가 추가됐으나 50%로 낮아진다. 검사는 50%에서 30% 가 된다. <그래픽 참조>

 수술과 마취의 인하폭이 커 수술 부담이 많이 줄 게 된다.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64일간 입원한 A씨(67)의 예를 보자. 지금은 선택진료비로 440만6000원을 부담한다. 8월에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비용(277만8000원→125만원), 마취비용(46만9000원→23만5000원)이 각각 대폭 줄어 전체 선택진료비 부담이 230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장(腸) 만성혈관장애 환자 B군(11)의 경우 지금은 검사·치료비로 51만원을 부담했으나 8월에는 35% 줄어든 34만원만 내게 된다.

 정부는 8월 인하 조치 이후에도 환자 부담을 순차적으로 더 내릴 예정이다. 선택진료 의사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서다. 현재 의사 10명 중 8명이 선택진료 의사다. 이를 내년에는 진료과목별로 65%, 2016년엔 30%로 제한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9900명가량인 선택진료 의사가 3분의 1 수준인 3300명으로 줄어들고, 2017년에는 남은 선택진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환자 부담률은 50%).

 현재 1조3000억원인 국민 부담 선택진료비가 2017년에는 1600억원(지금의 12%)으로 줄어든다. 복지부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장은 “2017년이면 제도 개선이 완료돼 사실상 선택진료는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선택진료비 부담이 감소하는 만큼 병원 수입은 줄어든다. 이 문제를 정부가 2017년까지 수가 인상으로 보전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가 진료수가를 덜 올리는 대신 병원들이 선택진료비로 손실을 보전해온 점을 감안했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건강보험 지출 절감 등으로 조달하되, 모자라면 건강보험료를 매년 1% 넘지 않는 범위에서 올려 충당할 방침이다.

 수가 인상에 대해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어려운 수술 수가를 현실화 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병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개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용 문턱이 낮아져 더 많은 사람이 큰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정진호 기획조정실장은 “선택진료제도가 없어지면 이제 막 의사가 된 사람과 경험이 10~20년 된 의사의 진찰료가 같아지는 문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어려운 수술에 진료수가를 올려주면 10년 뒤에는 특정 과목에만 의사들이 몰리게 된다 ”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상급병실료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9월부터 건보가 적용되는 병실을 6인실에서 4~5인실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건보 적용 병실 비율을 70%(현재 5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세종=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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