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하나 풀었을 뿐인데 돼지 뒷다리살 판매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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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민 고기 ‘삼겹살’에 밀렸던 돼지 뒷다리살이 요즘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규제 하나 바꿔 이뤄진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이마트 죽전점에는 80㎏가량의 뒷다리살이 매장에 들어와 판매됐다. 이 중 실제 뒷다리살용으로 판매된 양은 10㎏가량에 불과하고 70㎏가량은 소시지용으로 판매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마트에서 뒷다리살을 이용해 소시지를 만든 것이다. 이마트에 돼지 뒷다리살을 납품하는 도드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소시지가 판매되는 4개 점포에 한 달 동안 1t가량의 뒷다리살을 납품했지만 올해 3월에는 10t가량의 뒷다리살을 납품해 10배가량 뒷다리살 판매량이 증가했다. 도드람의 경우에는 창고에 쌓여 있던 뒷다리살 재고에 숨통이 트여 회사 수익이 개선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규제 완화 덕이다. 지난해 10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새로 신설돼 올해부터 정육점 등 식육을 취급하는 곳에서 햄·소시지 등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도 소시지를 직접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영선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이번에 소시지를 개발하게 된 것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소시지를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가인 삼겹살과 목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복안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돼지고기 중 정육 부위별 비중을 보면 ▶삼겹살 38.5% ▶목심 12.7% ▶앞다리살 17.4% ▶뒷다리살 11.9%로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삼겹살과 목심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삼겹살과 목심 가격이 비싼 데 비해 다른 부위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민 상무는 “앞으로 소시지 판매가 활성화되면 삼겹살과 목심 가격을 기존보다 5~1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개선은 축산농가에 더 큰 희소식이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이병규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삼겹살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위의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돼지고기 생산량 중 안심·등심·앞다리·뒷다리 등 저지방 부위는 모두 50여만t으로 전체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4월 현재 저지방 부위 재고량은 삼겹살·목심 등 소비자 선호부위 재고량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만5194t이나 됐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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