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부지사 태워라" 사고해역 가던 헬기 전남도청 불러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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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준영 전남지사와 전남도청 고위 간부들이 세월호 침몰 당시 이미 출동한 소방헬기를 불러 탑승한 뒤 사고 현장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 김영선 행정부지사와 박청웅 전남소방본부장은 지난달 16일 오전 10시쯤 사고 해역으로 출동 중이던 광주소방본부 소속 헬기를 전남도청으로 불렀다. 빨리 가서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조종사 2명과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이 탑승한 헬기는 오전 9시40분쯤 광주공항을 이륙해 전남 영암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헬기는 전남도청에서 김 부지사와 박 본부장을 태우고 오전 10시37분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이 바람에 승객 구조를 위해 1초가 아쉬운 시간에 20여 분을 낭비했다.

 ‘전남소방본부 2호’ 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헬기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전남소방항공대(영암군)를 이륙했다. 이때 전남소방본부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지사님이 타고 가야 하니 도청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헬기는 11시쯤 전남도청에 착륙해 박 지사를 태우고 다시 출발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30분쯤이었다. 도청을 경유하지 않았으면 20분 빠른 오전 11시10분쯤 도착이 가능했다.

 이재화 광주소방본부장은 “재난 구조활동에 책임을 지는 도지사나 담당공무원 등은 긴급 상황 시 소방헬기를 이용할 수 있다”며 “다만 곧바로 사고 해역으로 갔다면 신속한 구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또 “도지사가 탄 것을 포함해 전남·광주소방본부 소속 헬기 3대가 출동했지만 해경이 사고 해역 진입을 통제해 주변 상공만 맴돌다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청이 있는 남악신도시(목포·무안)에서 진도실내체육관까지는 승용차로 40분, 팽목항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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