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성교<시인>|장윤익<문학평론가>

이=이달에 발표된 시들의 특색을 보면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사실적인 시, 둘째 관념적이고 환상적인 시, 세째는 일상의 기쁨을 노래한 시들이지요. 첫째의 경우는 수다스런 이야기 속에 깊은 호소력, 둘째는 시의 문법을 무시한 듯 하면서 사상을 중히 다뤘고, 세째「그룹」은 호흡이 짧은 서정 성향들이었지요.
장=신인들보다는 중견들 쪽에서 참신한 감수성과 실험 의식을 노렸다는 점도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김춘수씨의『모두가「알리바이」타령』(월간중앙), 황금찬씨의『고속「버스」속의 나비』, 박재삼씨의『겨울나그네』(이상 현대문학) , 장수철씨의『지하철』(시문학)동이 대표적인 예 인데요. 이것은 이 선생님이 지적하신 사설류 시의「그룹」들이지요.
이=김춘수씨는 그가 지금까지 시도해 왔던「난센스·포에트리」를 현실 의식과 조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장=지나친 현실 의식 때문에 전통성을 상실한 김수영씨의 예술세계에 대하여 인간의 비판을 가하면서도 그의 격조 높은「톤」에 대해서는 수용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춘수류의 순수와 김수영류의 참여가 앞으로 어떻게 조화 전개 된 것인지 주목되고 있지요.
이=황금찬씨는 고속「버스」안에 날아든 나비를 통해서 문명과 자연, 속도와 시간을 병역하여 문명의 편리 속에서 인간의 참 의미를 읽어버린 우리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어요. 서정과 지성이 조화된 수법이 이 시의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장=장수철씨는 도시 문명에 짓눌려 사는 인간의 허무 의식을 지하실 속의 정경과 연결시킴으로써 인간 소외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것을 산문시의 형태로 묘사하여 더욱 박진감을 살리고 있어요.
이=박재삼씨는 만상의 모든 존재와 일상사를 그의 심안으로 관조하고 용해시켜 가는 시인입니다. 그는 비근한 사설에서 미적 요소와 진실을 찾아내어 시적으로 승화시키는데 비상한 재능을 보이고 있어요.
장=인생 불혹의 나이를 겨울 나그네로 비유하면서 팽이치는 막내 아이를 끌어들여 세월의 진행과 정지에 대한 것을 허무의 철학과 연결시켜 주어서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지요.
이=이밖에 성찬경씨의『자작금』(월간문학) 민영씨의『답십리』(창작과 비평) 이성부씨의『노래』(월간 중앙) 최하림씨의『소리꾼』(문학사상) 조병무씨의『꿈·사설·음악을 들으며』(시문학) 최명길씨의『미명』한병호씨의『부엉새야』(이상 현대문학)등도 눈에 띈 작품들이었읍니다.
장=성찬경씨의 시도 사설로 엮어간 작품이지요. 일상의 느낌을 경쾌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늘지지 않은 것이 호감이 가더군요.
이=민영씨의『답십리』는 짧으면서 단조롭지 않은 것이 매력적이었읍니다. 자로 재듯 빈틈없이 빛은 그의 시어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어요. 최하림씨도 구성력과 함께 시어가 아름답고 조병무씨는 꿈의 세계를 재창조하고 있는데 꿈과 현실을 교묘히 연결, 새로운 미학을 낳고 있어요.
장=이성부씨는 서민 의식을 예리한 감성으로 승화시키고 있으며 최명길씨는『미명』을「눈뜨는 새」에 비유, 신비한 하늘이 열림을 노래하고 있어요.
이=민병호씨는 짧은 작품 속에 부엉이의「이미지」를 잘 부각시키고 있는데 세련된 언어 구사가 이를 가능케 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