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국산자동차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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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릇 생산의 궁극적 목적은 값싸고 질이 좋은 제품을 되도록 많이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자는데 있음은 원리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 국산 차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자동차공업의 육성으로 국산화비율이 높아지면 질수록 그 값이 국제수준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것은 좀체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국산화의 목적이 단순히 우리 손으로 공산품을 만들 자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로써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현재의 자동차공업육성책은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논의가 비등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먼저 자동차공업의 시장성과 투자규모, 그리고 수출전망의 관련성을 다시 한번 점검, 국산자동차 가격이 국제수준을 크게 웃돌아 세계최고라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시정하는 방법론을 찾아내야 하겠다.
우선 국산자동차의 생산이 지금처럼 국내시장만을 상대로 하는 한, 국제수준의 질과 가격을 보증함 수 있는 자동차공업의 육성방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공업에 있어서는 간접비를 어떻게 분산시키느냐 하는 방법 여하가 자동차가격의 결정 요소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수출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자동차 국산화정책은 결과적으로 이례적 고가격의 저질자동차를 의식적으로 국내에 공급한다는 것을 뜻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개척 전망이 어떠냐 하는 문제를 먼저 평가하고서 자동차국산화의「테두리」를 잡아야 하겠다.
다음으로 좁은 국내시장을 상대로 해서 자동차3사가 경쟁을 벌이게 한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는 점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하겠다. 국내시장 규모를 전제로 하는 한 우리의 자동차수요는 1개사의 적정생산규모에도 미달되는 수준에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제각기 다른 기술도 인원을 따로 가진 3사가 앞다투어 새로운 모형도입에 열중하고 이에 수반하는 간접비를 불과1만∼2만대에 분산시키는 것은 국민 경제적으로 큰 낭비를 조장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뿐만 아니라 3사의 일반관리비까지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므로 지금의 국산 자동차 생산체제 하에서는 자동차 값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결코 국제수준화할 가망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엔진」 등 부품 공급도 수출을 전제로 한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 한 고가격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인상 허용한 「트럭」과 「버스」가격 인상분 중 그 56% 해당액이 「엔진」의 국산화에 기인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비단 자동차업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공산품 국산화시책의 궁극적인 목적에 비추어 보아 국산제품의 고가격현상이 육성초기단계의 과도기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구조적·만성적인 것이냐를 먼저 철저히 진단함으로써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할 줄로 안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국산화 때문에 고가격이 불가피한 기간이 길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되도록 그 기간을 단축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책의 임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같은 과도기를 단축시키는데 조적인 애로가 있다면 구조개편을 서두르거나, 아니면 국산화정책을 근본부터 재검토하는 것이 국민 경제적 차원에서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태도라 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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