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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구심…왕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 「랭킹」 1위의 기전인 「왕위전」12기를 앞두고 우리나라 기단은 어느 때없이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앙일보·동양방송 통합 한국기원과의 새 약정채결과 함께 그 규모와 내용에 있어서도 더욱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 예산을 20%인상, 왕위전의 기료는 무려 1천2백 만원을 기특하게 되었다. 바둑계의 권위자들과 애호가들의 좌담을 통해 왕위격의 이모저모를 풀어본다. 【편집자 주】
사회=이제 「왕위전」은 제12기를 맞게 되었읍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제11기 「왕위전」은 한국 바둑 사상 가장 파란 만장했고 그래서 제12기에 거는 기대도 큰데요.
조=「프로」 기사라고 하면 바둑 하나만으로 생활의 안정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까지 기전의 예산이 적어「프로」기사들이 바둑에 전념할 수 없는 형편이었읍니다. 그런 뜻에서 「왕위전」의 파격적인 기료 인상은 매우 반가운 일이며 바둑문화의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제12기 왕위전)는 총예산 규모가 더욱 커진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박=형식적으로는 「프로」기사제도가 있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수익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어요.
기료가 오르는 것은 전문기사들에게나 바둑「팬」들에게나 똑같이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구경꾼들도 싸움이 커야 흥미를 갖는 것이 아닙니까?
사회=제12기 「왕위전」만큼 바둑 「팬」을 열광시킨 기전도 일찌기 없었던 듯 싶은데요. 특히 조 왕위와 서 전 왕위의 5번 승부는 매국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전이었지요.
조=어려움이 컸던 만큼 기쁨도 컸읍니다. 바둑을 둔 뒤 이처럼 큰 기쁨을 느끼긴 처음입니다. 더욱 노력해 좋은 바둑을 두겠읍니다.
조=조훈현-서봉수 5번기는 정말「드릴」과 재미가 대단했읍니다. 두 사람은 「팬」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여러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었지요.
사회=두 사람 모두 20대의 당당한 「영·파워」로서 평소「라이벌」의식이 대단한 사이인데다 바둑수업을 한국(서봉수)과 일본(조훈현)에서 했다는 것도 「팬」들에게 흥미를 갖게 한 것 같아요. 이번 바둑에선 또 흑을 쥐면 이긴다는 「징크스」를 낳기도 했지요.
박=왕위전을 끝낸 후 다른 대국에서도 두 사람은 흑를 쥔 쪽이 이기는 결과를 낳더군요. 왕위전은 1∼7기까지는 김인8단이 독수했읍니다만 8기 때(73년)부터는 해마다 왕위가 바뀌어져「팬]들의 흥미도 그만큼 더해지고 있어요.
사회=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대국도 어려워지고 쉬워지고 하는 것 아닙니까.
조=그런 얘기를 많이 하지만 제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요. 상대가 누구든 일단 어렵다고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박=조 왕위가 승리하고 난 후 역시 일본 수업기사가 하다는 얘기가 나왔지요.
조=바둑을 언제 시작했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요. 일본은 10세가 되기 전에 계획적이고 치밀한 바둑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서 전 왕위만 해도 17세 때 고교바둑대회에서 「픽·업」되어 전문기사가 됐지요. 일본에선 벌써 이만한 나이에 입단을 끝내고 3, 4단의 실력이 되어있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기사가 거의 15∼20세 사이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조직적으로 교육을 시키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습니다.
박=당국이 민속놀이 8가지를 선정했는데 바둑이 빠졌더군요. 기타 3종목에도 없구요. 바둑인구가 3백만으로 늘어 이제는 바둑이 건전한 대중오락으로 되지 않았읍니까? 학교에서도 바둑을 과외과목으로 넣는다면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저는 바둑을 예의 경지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읍니다. 바둑은 인간 개인의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며 나아가 사회를 순화시키는 큰 몫도 하는 것 같아요.
조=결국 바둑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지적개발에 도움을 주고 청소년들에겐 정서순화에 좋은 구실을 산다는 결론이겠지요.
일본의 바둑이 오늘날처럼 융성하게 된 것은 신문·기전의 힘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도 중앙「매스컴」의 기료는 바둑보급에 큰 자극이 되고 있읍니다.
사회=금년 「왕위전」에서는 전문 기사 전원인 74명이 겨루게 됐읍니다. 기사들의 움직임과 전망을 말씀해 보시지요.
박=국내에 10개의 기전이 있읍니다만 전문기사들은 자연 규모가 큰「타이틀」전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지난해 서 전 왕위도 입산 수도 끝에 왕위를 차지했읍니다만 금년에도 왕위전을 앞두고 입산 수도하는 기사들을 보았어요. 왕위의 위치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 주는 예이지요.
조=서 전 왕위를 비롯해 한번씩 왕위에 올랐던 김인 8단, 하찬석 6단, 그리고 김희중 기왕이「시드」에 남아 있고 저단자 중에서는 서능욱 3단 강훈 2단, 최연소인 최규병 초단 등도 강자들입니다. 그러나 어떤「다크·호스」가 나타나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는 전혀 예측을 불허하고 있읍니다. <정리 김준식 기자>
좌담회 참석자
조남철<한국기원이사·8단> 박재삼<시인·아마3단> 조훈현<왕위·6단> 김수영<왕위전 기보담당·5단·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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