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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 손해 보고 … 사고 한달 전 세월호 팔려고 내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월호 운영회사인 청해진해운이 침몰사고 한 달여 전인 지난 2월 말 세월호를 팔려고 국제 중고선박 거래 사이트에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점 운영하는 알짜 노선에 취항한 지 1년여밖에 안 된 배를 팔겠다고 내놓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청해진해운이 이미 선박 부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중앙일보가 중고선박 거래 사이트(www.ship-broker.eu)를 확인한 결과 세월호는 지난 2월 28일 매물로 등록됐다. 지난해 3월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한 지 약 1년 만이다.

 청해진해운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세월호를 팔겠다고 내놨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세월호를 일본 마루에 페리사로부터 116억원에 수입한 뒤 30여억원을 들여 증축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은행은 세월호를 담보 잡아 100억원을 대출해주며 배의 가치를 168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세월호를 팔면 이만큼 받을 수 없다. 선박·해운업계에선 세월호의 현재 가치를 1000만 달러(약 103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수십억원 손해다. 게다가 세월호가 운항하는 인천~제주 노선은 청해진해운이 독점한 알짜 노선이다. 배를 팔 이유가 없다. 익명을 원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를 증축한 뒤 복원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지자 차라리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 역시 29일 “세월호 선원 전원이 ‘배의 복원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통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수본부에 따르면 세월호의 원래 선장이던 신모(47)씨는 “청해진해운 임원에게 세월호의 복원성에 대해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합수본부는 또 이날 “항해사 중 한 명으로부터 ‘학생과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사용법과 선내 퇴실 방법을 교육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자체 운항관리규정은 ‘구명설비 및 소화기 사용법, 비상 시 행동요령’을 여객에게 주지시켜야 할 사항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자체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이다.

 합수본부는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시점부터 선박직 승무원들이 구조된 때까지 청해진해운 측과 승무원 간에 총 7차례 통화가 이뤄진 것 또한 확인했다. 첫 통화는 침몰 시작 10여 분 후인 16일 오전 9시1분, 매니저 강모(33)씨가 사고를 알리기 위해 청해진해운 해무팀에 전화를 건 것이다. 이어 9시3분쯤 선사 측이 이준석(69)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35초간 사고 원인 등을 물어봤다. 마지막 통화는 오전 9시40분쯤 선사 측이 이 선장에게 걸었다. 합수본부는 강씨가 조타실에 있지 않았음에도 구조된 점 등을 바탕으로 청해진해운이 탈출하라고 지시했는지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합수본부는 박모(54) 기관장으로부터 “조타실을 비우고 선실에 있던 선장이 휴대전화를 양손에 쥐고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선장 본인이 ‘문자메시지를 확인 중이었다’고 부인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합수본부 관계자가 전했다.

목포=노진호 기자, 인천=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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