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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동포에 대한 식량원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신보도와 북한을 다녀 온 외국인. 그리고 월남한 귀순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주민의 식량난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형편이다. 이들의 보고로는 북한의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백49g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쌀 하루 소비량 3백40g에 비하면 3분의1도 못되는 참혹한 실정이다. 때문에 북한주민들의 주식은 옥수수·수수 등의 잡곡이고, 그나마도 크게 부족하다는 깃이다.
이러한 극심한 영양부족 속에서 천리마운동이니, 속도전이니, 전투태세준비니 하는 강제노동에 시달려「펠라그라」병에 걸린 사람이 많고, 신생아 중에는 기형아마저 적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괴 김일성은 금년 신년사를 통해 작년에『8백만t의 알곡고지를 점령했다』고 호언한바 있다. 알곡이라면 찧지 않은 조곡으로서 쌀뿐이 아닌 잡곡·서류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고 한다.
곡물의 경우, 조곡의 정곡환산율을 75%정도로 잡아 약 6백만t의 곡물 및 서류를 생산했다는 주장이 된다. 이 주장대로라면 1천6백만 명(74년 현재) 남짓한 북한의 주민은 쌀은 아니더라도 일단 배는 불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의 참혹한 식량난의 현실과 그들이 선전하고 있는 숫자간의 이 엄청난 괴리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 것인가.
이 같은 엄청난 괴리는 두 가지 방향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우선 그들 주장의 허위성이다.『알곡 8백만t 고지점령』이라는 숫자가 그들의 궁 경을 호도 하려는 상투적인 허위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대 내외의 모든 발표는 그들의 선전·선 동이라는 기본 의도와 연결되어 있다.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선전·선동에 필요하다면 사실이나 숫자는 얼마든지 창출·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숫자는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71년까지 그들의 총 예산 중 15% 이상을 차지하던 군사비를 72년 이후 별안간 15%정도로 줄인 것이 사실과는 관계없이 숫자를 줄여 발표하는 대표적 예라고 한다면, 곡물생산 등 경제계획의 성과는 항상 늘려 발표하는 경우라 하겠다. 그 동안 그들의 경제계획의 달성 숫자를 그대로 믿는다면 이미 75년에「6개년 계획」은 초과 달성되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후 2년이 지나도록 다음계획이 수립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허위 숫자놀음의 단적인 증거인 것이다.
다음에 생각해야 할 것은 김일성 일당이 양곡을 여러 명목으로 수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주민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면서 외채상환을 위해 소련 등에 쌀 수출을 거듭했으며, 전쟁에 대비한 양곡비축이란 명목으로 적지 않은 양을 빼 돌렸다는 것이다.
이 모두 적화남침을 위한 북괴괴수들의 비인간적인 집념과 야욕의 소산이다.
이에 비해 지난 1월 12일 북한동포에 대한 박대통령의 식량원조 제의와 이의수락을 거듭 촉구한 이 호 한적 총재의 성명은 얼마나 대조적인가. 북괴괴수들이 저질러 놓은 북한동포들의 참상을 차마 그대로 볼 수 없다 하여 구호의 손길을 펴겠다는 인도주의와 동포애가 넘쳐흐르지 않는가. 물론 그 저변에는 되지도 않을 적화통일야욕으로 주민들만 헐벗게 하지 말고, 잘 살게 하는 동포애의 경쟁에 나서라는 계몽의 뜻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북괴가 박대통령의 식량원조제의를 수락하면 더 좋겠지만, 비록 이를 수락하지 않더라도 식량원조 제의가 나올 만 하게 된 우리의 국력과 국민들의 자신감, 그리고 인도주의적 마음가짐을 똑똑히 인식만 해도 좋겠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의 맹 성과 자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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