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의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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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들어 세계 경기에 차차 여명이 찾아들고 있다. 미국의 「카터」및 일본의 「후꾸다」(복전)정권 출범에 대한 기대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경기 회복에 대한 국제협조도 다짐되고 있다. 올해의 세계 경기추세를 다시 점검·전망해보고 이것이 한국 경제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으며 또 기업은 어떤 대응 자세를 갖추어야하는지 종합 진단해본다.【편집자 주】
금년 들어 미국의 경기전망은 한결 밝아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체상태에 들어갔던 경기지표가 차차 고개를 드는 현상이다. 「카터」정권에 대한 새로운 기대 때문에 경기전망이 더 장미빛으로 보이는지 모른다. 「카터」정권은 행복한 출발을 했다.
전임 「포드」 대통령은 많은 표를 잃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안정기조를 다지기 위해 긴축이라는 인기 없는 정책을 강행했다. 미국 경제에 쓴 보약을 장복시킨 셈이다. 이러한 장기전략과 정책적 합리성 때문에 미국경제는 다시 거구를 일으켜 세계경제를 끌어당길 저력을 회복한 것이다.
「포드」 대통령은 1월 18일 의회에 제출한 77년 경제보고를 통해 『미국경제가 「인플레」 없는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는 확고한 기틀을 다져놓았다』고 자부했다. 민간 설비투자의 주도로 안정 위에서 경기가 상승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놓았으므로 실업 등 남은 문제는 인내와 신중성을 갖고 경제를 운영하면 저절로 해결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포드」는 확실히 경제면에서 떳떳하게 「바통·터치」를 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연율 3%선까지 떨어졌던 실질 성장률이 금년에는 5·2%선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물론 금년 예상 성장률 5·2%는 작년의 실적 6·2%보다는 못하나 작년 하반기의 실속 단계에서 다시 상승 「커브」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추세가 중요하다.
미국경제는 75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 76년 상반기엔 연율 9%의 급「커브」로 치솟았는데 이는 개인소비와 재고 투자의 증가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설비투자의 뒷받침이 없어 「반짝경기」로 끝나고 말았다. 물가가 안정되니 개인소비 늘고 또 경기호전 전망때문에 재고를 늘렸지만 민간기업은 「오일·쇼크」후의 장기불황에 워낙 혼이 났기 때문에 설비와 고용을 늘리려 하지 않았다. 자연 경기상승은 숨이 차고 말았다.
「포드」 정권은 성급한 응급 조처를 서두르지 않았다. 물가안정을 다지면서 기업의 자신감을 꾸준히 고취했다. 이것이 「피와 살」이 되어 작년 말부터 지속성장의 씨앗이 되는 설비 투자와 주택경기가 싹을 보인 것이다. 민간 설비투자는 대형차에서 중소형으로 바뀌고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되어 기계·철강·비철금속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론 금년 중 설비투자는 11∼12%로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 설비투자가 일어나면 경기는 저절로 상승궤도를 타는 것이다. 주택투자도 금년에 약15%가 증가되어 연간 1백 70만∼1백 80만 호로 예상되고 있다. 개인 소비도 작년 12월부터 더욱 활기를 띠어 백화점 등에선 폭발적인 「크리스머스」경기를 만끽했다. 이러한 경기의 상승 「커브」 때문에 「카터」 대통령도 대규모의 경기대책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미 상승궤도를 잡았으므로 조금만 더 자극을 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아직 실업율이 8%선(7백 50만명)에 이르고 있어 불안하기는 하나 모처럼 잡아놓은 안정기반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정책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카터」 정권의 경기대책도 유세 때보다는 훨씬 신중해졌다.
새 경기대책은 77, 78년 2년간 3백억「달러」정도를 풀되 우선 77년엔 세출증가 20억 「달러」, 감세 1백억∼1백40억「달러」 도합 1백 50억「달러」정도로 잡고있다.
유세 땐 약2백억「달러」 규모를 주장했었다. 78년의 나머지 1백 50억「달러」는 경기지표를 보아서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경기대책의 규모가 줄어든 것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의 벽에도 원인이 있지만 경기전망이 그만큼 낙관적이라는 뜻도 된다. 1백 50억「달러」만 더 풀어도 실업율은 0·75∼1%가 줄어 연말께엔 7%선으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터」정권은 세계경기의 회복엔 미국의 주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서독·일본이 거들지 않으면 너무 힘겹다고 보고 이들의 협력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 더 그렇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5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는데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있다. 신임 「블루멘틀」 재무장관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다른 나라보다 경기회복이 빠른데 기인되므로 일본은 무역흑자를 경기자극으로 조정해야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만약 무역 불균형을 계속 시정치 않을 땐 수입제한도 불사할 것이며 그 뒤에는 일본의「엥」화를 서둘러 실세화 하라는 압력이 깔려있다. 이러한 문제들과 국제 협조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제3차 7개국 경제 정상회담이 금년 상반기 중, 빠르면 4월께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경기 회복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것이다. 아무튼 「카터」정권은 경기면에선 출범 때부터 순풍을 만난 셈이다. 미국 경기는 다시 회복궤도를 탔으므로 국제적 협조만 얻으면 세계 경기의 상승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에 차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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