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재평가 여부로 5개 시중은행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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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상업·제일·조흥·서울신탁 등 5개 시은은 올들어 금융대형화 정책에 따른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대외공신력 강화 ▲거래단위의 대형화 ▲지급보증한도 소진 등으로 현재 2백50억원 내지 2백81억5천만원인 자본금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은행법 제15조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기타 잉여금의 15배까지인 지급보증한도는 각 은행에 따라 3백억원 내지 1천3백억원의 여유가 남아있으나 올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해외건설 수주량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러나 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데서 5개 시은은 「딜레머」에 빠져있다.
자본금을 늘린다해서 영업수익이 그만큼 느는 것은 아닌데도 배상압력을 받게되고 5개 시은의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아 유상증자도 힘든데다 정부지분은 그나마 지난해처럼 포철주로 지입될 우려가 있어 오히려 증자한 것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될 염려가 있다.
또 재평가 차액의 3%를 물어야되는 재평가설도 자본금이 10억원대 내외인 일반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부담이 된다.
한은당국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는 재평가 실시계획이 전혀 없다. 그러나 증자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역시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편 증권시장에서는 납회일부터 재평가설이 나돌아 5개 시은의 주문가 7백원선 (액면가 1천원)에서 8백원선으로 뛰어올라 금융의 주가지수는 13일 현재 109·2(납회일=100)를 기록했다.
5개 시은은 해방 후 4번에 걸쳐(60년2월, 63년1월, 67년11월, 74년3월)자산재평가를 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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