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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모든 것은 닮았다. 소설도 삼이나 일기와 닮았다. 우리가 문둥이나 창녀와 닮았듯이 세상모두는 한 모양이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 그 공통점으로 닮았다고 본다. 이것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하겠다.
그래서 나는 끝내 비린내와의 교접을 택하였다. 그것은 내 안에서의 하나의 화해, 대립되었던 세상 모두와의 화해를 의미한다. 더러움·추잡함 모는 횡설수설까지도 긍정하자는 결심이다. 아름다움만의 교접은 편견이다.
일년 내내 일기만 쓰며 살았다. 직장 내팽개치고 무얼 먹고사니, 하고 물어와도 이렇다할 대답도 뭇한채 책과 귤과 사랑만 먹으며 살았다. 나는 소설이 무언지 잘 모른다. 다만 꼭하나 알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 음률을, 미술이 색채를 통하여 미를 구현하듯이 소설은 문자로써 생의 경수를 표현하려는 노력일 것이라는 점이다.
글이란 말과 같아서 아무리 내 전부를「너」에게 전달하려해도 빙산일각 정도밖엔 내보일 수가 없으므로 나는「글은 짧다」고 항상 말한다. 그러나 우린 또 글이 있음으로 해서 선대와 후대, 동과 서, 그리고「너」와「나」가 교통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이 값진 것을 앞으로 열심히 쌓아가겠다. 이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
▲52년 경기도 인천 출생.
▲74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76년「가톨릭」시보 재직
▲경기도 시흥군 광명리158의559 (본명 노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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