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5000억원 추가분식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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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5천억원에 달하는 SK글로벌의 추가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글로벌과 채권단 등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지켜본 뒤 처리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며 글로벌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채권단 입장=일단 채권단 공동관리를 지속하면서 추가 부실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계속 벌인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 회생 여부를 판단하자면 별도의 자산평가가 필요하다"며 "채권단이 의뢰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추가 부실이 드러나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추가부실이 드러날 경우 SK글로벌의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대손충당금도 현재의 '요주의여신(2%)'보다 훨씬 높은 '고정여신(20%)'이상으로 쌓아야하는 등 채권단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예금 잔액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불투명한 회계관행 등이 드러나면 해외 채권단의 상환압력이 본격화해 공동관리를 통한 정상화 작업이 상당히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채권단의 동향이 중요하다"면서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실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채무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적극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본잠식 규모는=금융감독원과 영화회계법인 등은 SK글로벌의 자본잠식 규모는 사실상 2조6천억원대라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장부에 반영된 2천억원에 해외지급보증분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SK글로벌의 자본잠식 규모는 실제론 2조6천억원"이라고 말했다.

영화회계법인 측도 "현지 법인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지급보증 부분은 본사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영화회계법인 측은 감사보고서에서도 '2조4천억원은 대지급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된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관계자는 "회사가 파악한 바로는 2조4천억원 전체가 부실자산으로 간주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도 추가 부실 규모는 실사를 거쳐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주총=서울 신문로 사옥에서 열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한 주주는 "1만원을 넘던 주가가 3천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회사운영을 합리화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1년 안에 피해를 보상하지 못할 경우 전 경영진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승정 부회장은 "SK텔레콤 주식 처분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1조5천억원을 조달할 수 있으며 1분기에도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아 회생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박주철 대표이사 사장과 이관용 사외이사를 재선임했지만 분식회계의 책임 등을 물어 문덕규 전무와 김이기 사외이사는 재선임하지 않았다. 문전무는 재무지원실장직도 사임했다.

글로벌 측은 올해 ▶주유소 운영▶이동통신 단말기 사업▶전용망 임대 등을 통해 2천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보유 중인 SKT 교환사채 매각을 통해 3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중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또 보통예금만 1조5천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등 현금 흐름이 나쁘지 않아 부채 상환이 한꺼번에 몰리지만 않는다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병기.김창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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