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당신들은 왜 울지 않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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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우리 예은이, 여전히 예쁘네요. 확인했습니다. 함께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단원고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친구들이 퍼 나른 이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부터 돌아온 녀석들 상하기 시작했는데. 예은아 이제 그만 나와야지. 아빠랑 집에 가야지.” “민박집에 들어온 이 시간, 예은이를 만납니다. 예은이는 내 심장이니까요.” 이런 글을 올리며 간절히 딸을 기다리던 아버지다.

 열하루째다. 모두가 운다. 가족도 울고, 지켜보는 이들도 운다. 현장의 기자와 경찰까지 운다.

 계속 가라앉는 마음에 뉴스를 멀리하려 해도 소용없다. 신경은 온통 타임라인에 가 있다. 늘 귀에 꽂고 다니던 음악을 안 들은 지도 여러 날이다. 길거리 교복 차림 아이들만 봐도 울컥한 게 어디 나뿐일까. 이제는 마음의 침몰에서 벗어날 때라고 다잡아보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여러 참사 중 세월호 참사는 가장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희생당했고 충분히 줄일 수 있는 피해를 막지 못했다. 세월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는 메타포가 됐다. SNS가 생중계한 재난이기도 했다. 온 국민이 TV와 SNS를 통해 침몰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재난 현장을 찍은 휴대전화 영상, 학생들이 주고받은 SNS 메시지도 퍼졌다. 재난 속 희생자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참사는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겪은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모두 울고 있지만 그러지 않은 이들도 있다. 주로 사고 현장을 찾아 어이없는 행태를 연출한 ‘높은 분’들이다. 카메라를 의식한 악어의 눈물이라도 흘리지 못할망정 상황을 악화시켰다. 계란은 넣지 않는 성의를 보였지만 굳이 라면 퍼포먼스를 벌인 장관, 기념사진에 욕심부리다 명줄을 단축한 공무원, 성난 가족들을 두고 차 안으로 피신한 총리. 거기에 한 정치인의 아들은 “미개한 국민”을 나무라며 귀족 정신을 발휘했다. 대통령도 명령과 질타만 했지 사과와 눈물은 없었다.

 언젠간 떨쳐야 할 슬픔이지만 때론 슬픔도 힘이 된다. 내가 아프고 힘들 때 가장 고마운 이들은 함께 손잡고 울어준 이들이다. 치유의 출발이 공감이란 것쯤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정치와 행정, 혹은 가진 자들이 이토록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가. 한국의 책임 있는 자들은 모두 ‘딴 나라에서 온 그대’들인가. 세월호가 새삼 일깨운 씁쓸한 모습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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