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작의 소재 다시 그린 53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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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4세의 이당 김은호 화백이 화필 60여 년을 다시 간추려 보는 신작 기점으로 개인전을 연다. 71년의 회고전 이후 6년만에 처음 갖는 것이지만 이번엔 화랑측의 권고로 그 동안 회심의 소재로서 다퉜던 구작들을 다시 그려본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선전에 출품했던 『방직도』 『장고』 『탄금』 『승무』를 비롯하여 『향로』 『매란방』 등도 이미 구작에 속하는 소재. 그 중엔 원작이 없어진 것도 있는데, 화폭의 크기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1m가 넘는 대작으로 제작한 것도 포함돼 있다.
김 화백의 명성은 극채 세필의 인물화에 있다. 마지막 어진 화가라는 영예를 갖고 있듯이 그가 화단에 발판을 굳힌 것은 북화풍의 인물화이며 아직 그를 넘어서는 후진이 없을 정도. 동양화단의 최고령 노경임에도 예술적 정기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입증한다.
역시 이번 출품작의 절반은 수묵 담채의 산수와 채색의 화조·어해 등이다. 그런 작풍들은 고아한 색채와 정교한 필선으로 말년의 정수를 보이고 있다.
1892년 인천 태생으로 20세에 어진을 그렸고 선전에서 한국인으로 첫 심사위원이 됐었다. 춘향·논개·신사임당·이 충무공 등 많은 초상화를 남겼고 삼일 문화상·예술원상을 받았다. <15∼21일·서울 관훈동 고옥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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