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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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교보다는 생활이 중요한 거죠. 제 그림은 하루하루 내 생활의 기록입니다-.』
「앰버·블루」의 화가 윤형근씨(46)의 소박한 예술관이다. 「앰버·블루」(황·청)는 그가 최근 수년간 계속해 온 작품의 이름이자 그가 사용하는 색채의 전부이다.
60년대 후반 내려쓴 글씨를 지우는 작업에서 시작됐다는 그의 그림은 이재 훨씬 단순해져서 마포 또는 면포의 화면에 번져 나간 2개의 색 기둥으로 가라앉아 있다.
이런 단조로운 작품과 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비교적 넓게 알려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 74년 「앙데팡당」전을 본 미국인 미술 평론가 「조셉·러브」가 그의 작품을 평가한 뒤였다. 말하자면 외국인에 의해 비로소 평가를 얻은 셈이다.
그렇다고 그의 작업이 서구적인 것은 아니다.
텁텁한 면포에 번져 간 거무스레한(황과 짙은 청색이 합쳐진) 빛깔이 그렇게 적막하고 극기적일 수가 없다.
66년부터 홍대에서 기초 「데상」을 주6시간씩 강의할 뿐 진급을 서두를 줄도, 학생들을 개인지도 한 적도 없는 소탈한 그의 성격의 반영인지도 모른다.
76년은 그가 일본에서 「데뷔」전을 갖느라고 무척 부지런을 떤 한해였다. 69년·75년의 「상파울루·비엔날레」, 올해 「칸느」회화전에 출품했기만 본격적 해외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경의 「무라마쓰」화랑에서 지난 6월21∼27일간 전시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의 전시회는 『예술 신조』와 『일본 미술』 등에도 소개돼 『조그마한 성과를 얻은 셈』이라고 다행스러워 한다.
구체적이고 이론적인 화론을 펼 생각을 않는 그는 『어떤 유파가 유행을 하든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강한 개성과 자신의 모두를 던지는 적극적인 자세』라고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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