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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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새마을 지도자 대회가 10일 대전에서 열렸다.
새마을 운동은 처음에 『우리 마음을 우리 손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자조·자립 정신을 불러일으켜 땀 흘려 일한다면 모든 마을이 잘사는 마을로 바꾸어질 것』이라는 「새마을 가꾸기 운동」으로 출발하여 마침내는 도시·농촌을 막론한 범국민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것은 먼저 농촌 주민들의 공동의 숙원 사업을 중심으로 마을의 기초적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일로 시작하여 주민의 정신 계발을 이룩하면서 생산 소득 증대로 이어져 나가는 단계적 실천 원칙에 힘입어 추진되었다. 그 동안이 운동을 위해 전국3만5천31개 마을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모두 3천9백1억원이었으며 여기에 주민 자력 부담 5천31억원을 합치면 무려 8천9백32원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다.
작게는 마을 안길·농로·소하천 정비·공동 빨래터간이 급수 시설 등으로부터 농어촌 전화 사업·소득 증대 사업·도시 새마을운동에 이르는 광범하고 다양한 사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은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잘 살기 위한 과정이며 인간답게 살겠다는 인간 의지의 한 전개 방식이라고 보아야 한다. 농로를 넓히고 초가지붕을 헐어 내며 「슬레이트」지붕을 얹고 울긋불긋 화려하게 채색을 올린다는 외형적 변화도 물론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외형의 변모를 이룩하면서 획득한 자아의 인식·진취적 자조 자립 정신의 가치일 것이다.
달라져 가는 마을의 모습, 높아 가는 소득의 결실을 통해 「하면 된다」 「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점차 굳어졌던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안일하고 타성에 젖은 농민들이 근면해지고 자조하는 정신이 커 갈 때 그것은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참다운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근대적 정체로 실의와 좌절감만을 퇴적해 가던 농촌 마을에 이 운동이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개척하는 기둥이 비로소 퍼져 가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잠에서 깨어나 「나」를 알고, 「나」에게 책임을 느끼며 행동할 때, 그는 단순한 이기의 행동에 그칠 수 없다.
그것은 「나의 가족」 「나의 이웃」 「나의 나라」에까지 연결되는 가치의식으로 확대되어 도덕적으로 한결 건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정체와 고의의 부정이요, 파괴일지언정 「나」의 피요, 살이요, 정신이 되어 온 연면한 민족 전통과 고유한 도의 정신을 해치는 것이어선 안 된다.
생활 환경의 개선이 단순히 「텔리비젼」과 냉장고를 새로 마련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단한 발전일 수는 없다.
새마을 운동이 단지 마을 주민을 동원하여 마을의 외면치레에 종사케 하는 것이라면 그 또한 별로 달가운 것이라 할 수도 없다.
우리의 「새마을 운동」은 소득을 높이고 생활을 향상한다는 뜻 못지 않게 우리의 「인간다운 삶」과 민주적인 생활 방식에 대한 뚜렷한 정신 지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래의 미풍양속을 오늘에 되사려 이웃간의 정의를 보다 두텁게 하며 아울러 생활을 보다 합리화하고 모든 일을 민주적인 협동으로 해결하는 정신인 것이다.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운동이 참으로 밑바닥에서부터의 민주 시민적인 자질 향상으로 발전했을 때 우리의 근대화는 정말로 성공적인 것이 되고 조국의 영광·민족의 복지가 성취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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