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한 철도 부설공사|7개 노선 착공했다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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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철도청이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 착공했던 철도부설공사 가운데 도중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예산만 낭비하고 중단된 사례가 많다. 이 같은 계획성 없는 철도투자 사업 때문에 철도적자가 가중되고 철도부지로 매입된 토지가 10여 년씩 쓸모 없이 방치돼 토지활용도를 저하시키는 등 지역 사회발전과 국토개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철도청 집계에 따르면 29일 현재 중단상태에 있는 철도부설공사는 충남선 논산∼서천사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7개 노선(별표 참조) 7백34.3㎞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공사에 투입돼 낭비된 예산은 5억1천3백 만원으로 밝혀졌다.
철도청은 이들 철도부설공사를 위해 총 2백50만9천 평의 부지를 사들이거나 확보, 일부에는 성토·교각설치공사까지 했었으나 공사가 중단되자 그대로 방치, 무허가 판자촌이 들어서는 등 부작용을 빚고 있다.
충남선 논산∼서천구간의 경우 66년 11월 4천만원을 들여 황산벌 옥토를 가로지르는 논산군 성동면 원봉리·정지리·원남리·원북리 일대를 비롯한 2만8천 평의 부지를 매입, 너비 8m·높이 7m의 노반성토를 7㎞까지 끝냈다. 그러나 착공 1년 만인 67년 10월말 철도청은 『장기적으로 철도수송 수요가 경미하여 철도건설의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지 리 최영길씨(42)가 팔았던 밭 1천1백90평을 비롯, 거의가 옥토인 2만8천여 명이 10년간이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거나 대부분 곡식도 심지 못하고 버려져 있다. 농민들은 이 땅을 다시 불하해 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철도청은 지난 3월 이 땅을 팔겠다는 내용의 공문만 보내 놓고 여태껏 매각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동해 북부선 경포대∼대진간 구간은 철도청이 66년 12월 2천4백 만원의 예산을 투입, 명주·속초·양양·고성일대를 비롯한 73만4천 평의 땅을 사들여 1.3㎞의 노반을 완성하고 역사부지 16개소·교량용지 34개소를 지정, 교량에는 교각까지 세웠다가 역시 1년 만인 67년 12윌 공사를 중단했었다.
세계은행차관으로 부설하려던 이 구간은 착공 뒤에 실시된 세계은행 용역 단의 조사결과 물 동량과 이용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공사가 중단됐다.
이때 사들였던 철도부지는 그 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반이 붕괴되고 황폐화 된 곳이 대부분이다.
광주선 광주∼금지간 구간도 65년 6월 2억5천9백 만원을 투입, 착공한 뒤 10만평의 부지를 사들여 21㎞의 노반을 조성하고 측량을 모두 끝냈으나 착공 2년만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67년 10월 중단했다. 이 때문에 광주시 문화 동 도 동 부락에서 담양까지 이르는 폭 4∼6m의 철도부지 21㎞가 농사도 짓지 못하고 현재는 쓸모 없는 진창길로 바뀐 채 버려져 있다.
철도청 당국은 이들 방치된 부지를 농민들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 손을 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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