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157억의 주변|국회 예결위 예산안 삭감 규모 정방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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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의 투쟁 한계 드러난 셈>
얼마를 깎아 내리느냐는 삭감 줄다리기는 끈질긴 야당의 대여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 제안의 2조6천7백50억원의 0·6%인 1백57억원으로 낙착. 가위 「정찰제 예산」임을 입증한 것으로 이중재 의원 (신민)의 말을 빌면 『야당의 투쟁 한계와 비례되는 삭감 선』이 드러난 셈이다.
『혈전에 혈전을 거듭했지만 진전은 없다』 (신민 진의종 의원의 말)고 할 정도로 여당 쪽은 처음엔 1백7억원 선에서 한치도 양보를 하지 않았던 것.
26일 막바지 절충에서 박일 의원 (신민)은 『여당의 1백7고지는 「마지노」선보다 더 강한 철벽같다』며 양보를 거듭 요구했으나 여당은 「벌금 등에 관한 임시 조치법」 개정안 통과로 늘어나게 된 25억원을 더 주겠다는 선에서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
당초 여당은 25억원도 양보할 수 없다하여 결과적으로 82억원을 삭감케 되는 1백7억원 선을 고수했으나 『예결 위원들이 당에 돌아가면 맞아 죽는다』는 야당 의원들의 호소 (?)에 못 이겨 결국 1백32억원 선까지의 삭감에 동의. 그러나 이 숫자는 27일 남 부총리와 장승태 예결 위원장이 청와대를 다녀 나와 50억원 삭감을 더 따내 결국은 삭감액은 1백57억원으로 늘어났다.
김용태 공화당 총무는 25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던 당정 협의회에서 『1백7억원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으며 전적으로 예결 위원장에게 계수 조정을 맡기자』고 했고 이런 방침은 껍질을 까면 또 다른 껍질이 나오는 이른바 「양파식 협상」은 않는다는 선으로 떠올라 계수 조정 협정에 적용됐다.
당초 발표한 1백7억원 삭감 안이 바로 최종 안 임을 야당 측에 통고, 더 버틴다고 진전된 안이 나올 것을 기대말라고 귀띔까지 했으나 야당 측은 『밤이 깊어야 진짜 협상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며 역시 그 기대가 적중했다고 흐뭇한 표정.

<자취 감춘 「호텔·로비」협상>
과거엔 소위에 끼게면 으례 선거구 사업이나 이해 관계 항목으로 「한건」을 하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었으나 금년에는 전무한 편.
다만 일부 의원만이 지역구 사업이나 소관상위와 관련된 예산 파기 운동을 힘겹게 벌였을 정도다.
박찬 의원 (신민)은 출신구에 있는 계백 장군·임란 때의 의승 영규대사·김종서 장군의 묘소 성역화를 위한 예산 확보를 박일 정책위의장에게 부탁하면서 『행정부에는 손을 다 써놓았으니 소위에서만 좀 봐달라』고 간청.
박주현 의원 (무)도 『모 단체에는 수년 전부터 3천만원씩 주던 것인데 내년에도 계속 올려주지 않을 셈이냐』며 화장실로 가는 남덕우 부총리를 입구까지 쫓아가며 붙잡고 늘어졌다.
국방위의 정내혁 위원장·장기영 (공화)·신상우 (신민) 의원은 국방위가 조정을 통해 삭감한 차량 「디젤·엔진」화 자금 3억원을 기계화 육성 방침에 따라 부활키로 한다는 소문을 듣고 소위로 달려와 국방위 조정대로 해달라고 요망했다.
소위의 오준석 공화부 총무는 『과거 「호텔」에서 계수 조정을 할 때에는 행정부 관리들이나 업자들이 「호텔·로비」에서 맹렬한 막후 활동을 해왔지만 이제 그 같은 모습은 자취를 감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여당 의원의 경우에는 「로빙」 활동 절대 금지의 지시가 내려져 여당 의원들은 거의 회의장 근처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되 물려진 나눠먹기 「밥상」>
계수 조정소위의 타 상위 조정 내용 검토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문공위가 삭감한 국민교 아동 급식비 2억3천4백여만원.
소위는 상임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한 조정 내용은 손대지 않기로 했으나 소위 「멤버」들은 급식비를 깎아 ▲전북대 교사 신축비 2천1백만원 ▲충북대 유물 전시관 증축 5천만원 ▲전남대 의대 교사 신축 5천만원 ▲전북 실내 수영장 5천만원 등으로 「나눠먹기 식」 조정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전액 환원할 것을 결정.
소위가 급식비를 부활시키기로 결론을 내리자 윤인식 문공위원장은 소위에 자진 출석하여 『급식비는 문교부가 실제 급식도 하지 않는 국민교 1, 2학년생용으로 과다 책정한 것이 발견되어 삭감된 것』이라고 문공위 수정안대로 놔둘 것을 강력히 호소.
그러나 여야 소위의원들은 『설사 과다 책정한 예산이었다면 이를 부족 교실 신축이라든가, 기타 명분 있는 용도로 써야지 의원들 선거구 사업에 돌려서야 되겠느냐』며 『아동 급식이 영양 급식으로 전환되는 현시점에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윤 위원장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공위는 75년에도 급식비 중에서 4억5천8백여만원을 깎아 ▲삼천포 「풀」장 시설 4천만원 ▲충북 실내 수영장 8천2백50만원 ▲강원도 종합 경기장 3천만원 등으로 나눠 먹기를 해 단골 「메뉴」로 삼았던 것.

<야, 삭감선 5∼6개로 혼선>
정부와 여당의 세출 삭감 선은 1백7억원 선에서 미동도 없었는데 반해 신민당에서는 5∼6개의 삭감 안이 난립하여 복잡한 집안 사정을 반영.
세법 개정 심의 과정에서는 한 때 1천3백∼1천4백억원 삭감 가능성까지 운위하던 신민당 구상은 며칠 새에 9백48억원, 7백50억원, 4백1억원, 3백70억원으로 하향.
처음 이충환 최고위원과 예결위 간사들이 삭감 선을 구상할 때는 A안=7백50억원, B안=4 5백억원, C안=3백 몇십억원으로 분류,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내외의 비난을 우려하여 이철승 대표 등 지도부에서 대외비를 지시.
그러나 박일 정책심의회 의장은 이 대표에게 7백50억원 선으로 발표할 것을 건의하여 승낙을 얻었으나 막상 발표된 박 의장의 안은 9백48억원으로 2백억원이나 껑충 뛴 숫자.
박 의장의 실명인즉 『예산 속에 도사린 부조리를 추려내다 보니 9백48억원이 되더라』 는 것.
박 의장 안이 발표된지 이틀도 못돼 3백70억원 선 설이 흘러나와 혼선이 빚어지자 발설자를 색출하는 등 한때 소란이 있었고 고재청 대변인은 『3백70억원 설은 대표도, 최고위원도, 총무도 모르는 일부의 사건』이라면서 『9백48억원이 신민당의 상한선이자 하한선』이라고 강변.
이에 반해 예결위 간사인 진의종·한병심 두 의원이 『철도 보조 2백32억원과 한전의 전원 개발비중 2백70억원은 삭감키 곤란한 것으로 이를 빼면 3백70억원 정도의 선이 나온다』 고 3백70억원 설을 본격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오자 이런 적전 내용을 변명하느라 고 대변인 같은 이는 『9백48억원과 3백70억원은 상치되는 숫자가 아니다』는 고차원 수학까지 동원.
진 의원은 『연대장 (박일 의장)은 9백48억원을 목표로 하고 나는 소대장으로서 3백70억 고지를 점령하려는 것』이라고 이견을 실토.

<누굴 위한 국회 당원이냐>
어쨌던 삭감 규모는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의 0·6%에 불과해 「새발의 피」 정도로 끝나 여야 각기 문제점을 내놓았다.
야당의 예산 투쟁은 이젠 깎아내는 실질 투쟁보다는 깎아야 한다는 말만의 명분 투쟁으로 시종 하는 활동의 한계를 드러냈다.
여당으로서는 국회 차원 아닌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다뤄 『누구를 위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냐』하는 비판을 난면케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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