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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고향 마을 일깨워 유실수단지 조성|경북 의성군「상록수교사」신칠원씨의 집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국민교 신칠원 교사(46)는 주민들과 학부모들로부터「상록수 교사」로 불리고 있다. 가난한 고향마을을 일깨워 유실수 마을로 만든 것이다. 안동사범을 나와 22년째 국민학교 교단을 지키고있는 신씨는 72년 고향의 국민학교로 전근되면서 바쁜 틈을 쪼개 잘사는 마을 가꾸기에 앞장섰다.
신씨는 부임 첫해에 고향집 앞을 1백평에 감나무·밤나무·모과나무 등의 묘포장을 만들어 74년 봄 3백 그루의 유실수를 주민들에게 나누어줘 심게 했다. 야산 1천여평을 개간, 묘포장을 만들어 지난해엔 1천5백 그루의 유실수를 다시 나눠줘 심게 했다. 주민들도 다투어 유실수를 심고 주민소득도 해마다 불어났다.
신씨는 또 학교 담을 끼고 흐르는 봉양천에 제방이 없어 장마철이면 학교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지난 5월 방과후에 어린이들과 함께 제방구축작업을 시작했다. 신씨가 돌을 나르고 흙을 파는 등 열심히 일을 하자 주민들도 자진 참여하고 끝내 학교육성회 찬조금과 교육청 보조금 등 2백 만원이 나와 한달만에 길이 5백m의 제방을 완성했다.
신씨는 가난한 어린이 50명에게 학용품을 마련해주는 한편 빈병·휴지통의 폐품을 모아서 판돈으로 선행아동과 성적이 우수한 39명의 어린이를 선발. 상금을 주는 등 격려했다.
마을마다 공부방 하나씩을 지정,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지난봄엔 도리원국민학교 관내에 문패가 없는 집을 골라 3백여 가구에 손수 문패를 만들어 달아주었으며 제헌절을 기해서는 태극기가 없는 84가구에 태극기를 만들어 달아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씨는 불우한 이웃돕기에도 앞장서 이웃에 사는 신철씨(54·예비역 준장)가 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동안 저축한 90만원의 돈을 몽땅 털어 치료비에 보태 쓰도록 했다.
그러나 신씨의 병세가 여전하자 신씨와 그 가족 4명을 자기 집에 데려다 보살펴주면서 20개월 동안 간호를 해서 건강을 되찾게 했다.
『낙후된 고향마을을 유실수 단지로 꾸며 소득을 높여 주는 것이 나의 소박한 꿈이지요. 아직은 시작에 지나지 않으나 앞으로 계속 노력할 작정입니다』며 조용히 할 일을 했다고 겸손해 한다. 신씨는 지난9월 경북도교육감으로부터 모범공무원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가족은 부모와 부인 및 3남1녀. <의성=유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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