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자신감이 지나친 흑, 분란 자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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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이세돌 9단 ●우광야 6단

제6보(56~68)=5월로 탄신 100년을 맞은 오청원 선생이 말씀하셨다. “거울의 표면이 아니라 안쪽을 닦아라.” 한 판의 바둑을 만드는 데 그 얼마나 갖가지 마음이 오가는가. 불리하면 자책감이, 유리하면 자만감이 한 수마다 오간다. 자만하면 방심하고, 방심하면 오만한 수가 터진다. 피상적인 마음공부 정도론 피할 수가 없다.

 우광야도 그랬던가. 초반부터 우세했기에 그만 잠시 자만했던가. 59 젖힘은 자신감이 지나쳤다. 과수(過手)로, ‘참고도’ 흑1이 정수였다. 그것으로 흑은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집도 많으며 약한 말도 없다.

 ‘참고도’ a도 무난하지만 흑1은 더욱 효율적이다. 이 간결한 흑1을 깜박해 무심코 흑b 젖힌 것이 실전이었다. 물론 b 이후 c가 선수라 작은 이득은 본다. 아마도 그것이 유혹이었을 것이다.

 60 끊는 수가 승부수. 아니 그래도 끊고 싸우고 싶은 이세돌이다. “끊어야 바둑”이라는 격언 그대로의 결단이다. 실전 68도 까칠한 타이밍. 다음 A는 B 단수로 축이다. 흑은 B 이어야 하지만, 모양이 우그러져 돌이 둔해진다. 백이 C로 뻗어 머리를 내밀면 흑은 얻은 것이 없다. 중앙 흑만 무겁게 되고 좌변은 좌변대로 집이 깨졌다. ‘참고도’ 흑1은 새겨둘 만한 중앙 확대의 행마법이다. 한 칸은 튼튼하면서도 발전성이 높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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