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시효 10년 지나도록 등기 않아도 점유하고 있으면 등기청구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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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민복기 대법원장)는 10일 『부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수자가 그 목적물을 인도 받고 있는 상태라면 그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소멸시효(10년) 안에 하지 않아도 등기 청구권을 잃지 않는다』고 판시, 황병조씨(서울 종로구 사직동262의11)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상고심 공판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에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우리민법이 접하고있는 형식주의적 소유권 원칙을 깨뜨리고 부동산매매의 현실을 인정한 새 판례로 주목을 끌고있다.
원고 황씨는 62년12월29일 현재의 서울 영등포구 신정동781의8 소재 논3백65평을 당시 소유주이던 김포군으로부터 7천6백65원에 사들여 경작해 왔는데 이는 이 행정구역 개편으로 서울시로 편입되자 서울시는 황씨가 부동산등기소멸시효인 10년을 훨씬 지나도록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있음을 들어 논을 되돌려 달라고 주장, 소송이 제기 되었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 『황씨가 10년 안에 등기이전을 하지 않은 것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적 보호에서 제외한다는 민법상시효제도의 개념에 부합되므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하며 등기부상 소유주인 서울시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 있어 등기이전은 물권변동(소유주 변동)의 요건일 뿐 그 목적물이 이미 매수인에게 넘어갔다면 그 매수인이 등기이전을 게을리 했다하더라도 권리 위에 잠자는 행위로 규정할 수는 없으며 또한 부동산거래에서 파는 사람이 돈을 받고 목적물을 넘겨줬다면 등기청구권도 넘어간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영섭 주재황 양병호 안병수 나길조 김용철 대법원 판사 등은 『우리민법이 부동산거래에서 매매목적물을 인도 받았느냐의 여부를 가려 등기청구권의 유무를 따지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민법상 소유권 등기개념을 바꾸는 이 판결에 반대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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