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내 몸의 이상을 미리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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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
외래환자를 볼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흔히들 메스껍다든지 구역질이 나는 증상과 간 질환과를 지나치게 연관시키는 것 같다.
다음은 그 좋은 예.
『칫솔질을 할 때마다 구역질이 나서 고통스럽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밥 한 숟갈을 먹자마자 몹시 매스껍지 않겠어요? 평소 과음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간이 고장난 것이 아닐까요?』
어젯밤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취하도록 마셨다는 P씨(38세)는 술로 간이 엉망이 되었을 것이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칫솔질 때 구역질이 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을 거라는 것이다.
자세한 진찰 결과 목구멍이 약간 뻘겋게 염증 소견이 있을 뿐 흉부에나 복부에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혹시나 하여 시행했던 혈액 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간 기능검사도 정상이었다. 결국 목구멍의 염증이 칫솔질 때 구역질의 주범이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그는 너무나 신경질적으로 목 속 깊숙이 칫솔을 넣어 이를 닦는 버릇이 있었다.
이렇듯 구역질은 후두부(목구멍)에 염증이 있을 때 자극을 주면 나타나기도 하고 내이 청소골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빈혈 때, 위와 장에 염증이 있을 때도 거의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횡설수설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면 간에 기름이 끼는 지방간이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구역질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과음에 의한 위염을 구역질의 원인으로 먼저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독한 술을 깡술로 먹었을 때는 간보다는 위에 먼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간이 나을 때 메스껍고 구역질이 날 수 있다. 그러나 간 질환 때는 오른쪽 간 부위의 둔한 통증과 함께 소화불량 및 피로감과 소변 색의 이상을 느끼면서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강조해 두고싶다. <김정룡(의박·서울대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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