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리고있는 「버스」의 「슬로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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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군배 특파원】「뉴델리」의 「만성」가를 걸어가던 한 외국관광객이 무심코 휴지를 길에 버렸다.
그러자 나무그늘에 손수레를 세워 놓고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던 남루한 옷차림의 맨발소년이 짐짓 은근한 「제스처」를 쓰며 길에다 휴지를 버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인도의 거리라면 으레 빈곤의 땟국이 줄줄 흐르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제는 좀 다르다. 최소한 수도 「뉴델리」에서만은 차도를 어슬렁거리거나 낮잠을 즐기는 우공들을 전혀 볼 수 없다.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광대한 인도대륙의 대부분이 아직껏 전통적인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소가 없어진 「뉴델리」거리나 깔끔한 「아이스크림」팔이 소년은 오늘의 인도를 말해 준다.
『말을 적게 하고 일을 더 많이』 『내 고장을 깨끗이』 『농촌으로 돌아가자, 그대가 필요하다』 『규율과 훈련만이 나라를 강하게 만든다』 등등의 「슬로건」을 크게 「페인트」칠하고 달리는 시내 「버스」들의 속도만큼이나 빨리 지금의 인도는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의미는 제쳐놓고 작년 6월 비상사태 선포이후 1년 동안 인도사회 각 부문의 개발과 성장은 괄목할 만하며 무한정한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비약할 기틀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는 것이 이곳에 있는 외국인들의 얘기다.
72년과 74년 사이 물가상승률은 47%, 극심한 「인플레」였다. 그러나 공공지출의 감소를 통한 철저한 통화억제, 저축증강, 밀수·매점 발본색원, 생필품 배급제강화, 우선 순위에 따른 계획생산의 추구 등의 시책으로 작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9개월 동안 도매물가를 8·5% 떨어뜨리고 소비자 물가를 도시에선 12·8%, 농촌은 25·6%로 각각 낮추는데 성공했다. 철저한 정찰제, 제품의 규격 및 생산날짜표시제, 설탕·「시멘트」·종이·철강 등의 독점판매대리점 제거, 소비자보호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등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인도의 장래는 어둡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버려진 채 있는 광물자원에 대한 정부의 탐사작업이 거의 끝나(11일 「더·타임스·오브·인디아」지 보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석탄·석유 외에 인도에는 철광석·갈탄·납·동·아연「니겔」·「보크사이드」·「망간」석·「크롬」광·석회암·백운석·인석·「마그네사이트」 등이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다.
흘러간 문화의 영화가 드리우고 있는 잔영 속에 잠겨 있던 인도대륙은 바야흐로 현대화의 세찬 맥박으로 「사리」와 「터번」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어느 시내 「버스」의 「슬로건」이 매우 인상깊다. 「인도는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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