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부흥 희망에 부푼 프랑스 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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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특파원】『안티고네』의 작가 「장·아누이」의 연극이 이번 가을에 「파리」의 두 극장에서 동시공연, 관객동원에 성공함으로써 「파리」의 극장가는 희망 속에 부풀었다. 영화와 TV로 인한 연극외면현상은 「프랑스」라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연극이 그나마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마지막 거점은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공연 중인 「아누이」의 신작 『시나리오』나 12월에 막을 열 『새(조)들』은 특유의 해학과 상징적 대화로 인한 난해성 때문에 흔히들 「아누이」의 「과오」로 표현됐던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증오에서 지칠 줄 모르는 해학이 쏟아져 나오며 그래서 인간정신의 깊은 상처가 헐어빠져 가는 곡예에 「아누이」연극의 묘미는 살아 있다.
「자크·파브리」의 연출솜씨에 관중은 바로 작품 배경인 2차대전 전야에 사는 공포의 시대를 맛보며 「다니일·제랑」「실비·파브르」등의 정열적 연기를 보는 동안 절망적 극한상황 속의 인간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전쟁전야의 시골여관에 모인 일군의 인간들이 불안을 털어놓는 것이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16세때 나는 극장 맨 꼭대기의 구석진 좌석에서 연극을 보았다. 3「프랑」(3백원)이면 굉장히 아름다운 것들을 구경 할 수 있었다. 당시는 아직 지난 세기로서 영화가 없었던 시대였다. 연극은 관중들과 함께 진정한 민중연극으로 존재했었다. 모든 사회계층이 나란히 구경갔었다.』 「아누이」가 희곡을 쓰게된 동기다. 『「파브리」가 『시나리오』를 연출한 것을 나는 「모리에르」연극의 「프랑스」적 전통과의 만남으로 본다. 동시에 그것은 하나의 시작이다. 오래된 시작이지만 분명코 하나의 시발점이 된다.』
「프랑스」연극의 부흥을 찾아 희망을 갖는 「아누이」의 『「로랑」의 노래』가 「헝가리」 국영TV에서 연속극으로 상영하게 된 것으로 전해져 금년의「프랑스」극계는 「아누이」를 위한 한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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