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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방지 장치 등 5곳 불량 … 사고 50일 전 적발됐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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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양경찰 대원들이 20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해상에서 실종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요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처음으로 선체 유리창을 깨고 선내에 진입해 시신 3구를 수습했다. 구조팀은 선체에서 추가로 발견된 시신을 수습해 진도 팽목항으로 이송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해경과 한국선급 등이 지난 2월 실시한 특별 안전점검 당시 세월호의 선내 침수 방지 장치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조치했다’는 청해진해운 측의 말만 믿고 재점검은 하지 않았다.

 20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침몰 50일 전인 지난 2월 25일 농무기(안개) 특별점검을 받았다. 점검에는 인천해양경찰서와 인천지방항만청, 해운조합 운항관리실,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5개 기관 관계자 5명이 참여했다.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47)씨 등 선원 3명도 참석했다.

 당시 이들 기관은 선박 내 안전시설과 비상탈출구 관리상태 등 모두 31개 조항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5가지 항목이 적발됐다. ▶이 중 수밀문(水密門) 작동 불량 ▶객실 내 자동(방화)문 3곳 불량 ▶선내 비상조명등 등 조명 불량 ▶(선원들의)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상태 불량 ▶비상발전기 연료유 탱크 레벨게이지 상태 불량 등이었다,

 수밀문은 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 주는 문이다. 선내 한 곳에 물이 들어와도 다른 구역에 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문이 제대로 작동해야 생존자가 구조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에어포켓(air pocket)도 생긴다.

 해당 기관들은 수밀문 문제와 선원들의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는 현장에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적사항들도 7일 만인 3월 4일 선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시정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었다. 이들 기관은 선사 측의 말만 믿고 별도 재점검을 하지 않았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우리는 운항일지만 점검했고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선박과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담당했다”며 “5개 기관이 함께 점검한 사안인 데다 지적받은 항목은 우리가 처리한 부분이 아니라 다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세월호는 이 5가지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26개 조항에선 ‘양호’ 판정을 받았다. 여기엔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 ▶팽창식 구명뗏목 정비 기록 ▶조타기 정상 작동 여부 등도 포함됐다. 모두 이번 사고의 원인과 연관된 항목이다.

 이번 세월호의 출항 전 안전점검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 이준석(69) 선장이 작성한 세월호 안전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총 탑승객 수는 474명으로 기재돼 있다. 선원 수 역시 29명이 아닌 24명으로 적혀 있다. 탑승객의 신상 등이 기록된 여객명부 역시 ‘없음’으로 표기돼 있다. 부실한 보고서 탓에 가장 기본적인 탑승객 수조차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화물 적재상태도 잘못 기재돼 있었다. 안전점검 보고서에는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18일 차량 180대에 컨테이너 105개(1157t)를 실었다고 발표했다. 차량 적재 기준인 148대를 넘겼는데 보고서에 허위 기재한 것이다.

 해운사 안전점검을 하는 기관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조합은 청해진해운 등 해운업체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관련 기관들로부터 해당 자료들을 제출받아 이들이 안전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글=최모란·민경원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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