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토착화 못한 채 현실참여부터|한국사회과학의 발전과정-「유네스코」한위서 조사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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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사회과학은 해방 후 30년의 연구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불안정한 상황에 있고 토착화하지 못했으며 사회현실에 대한 정확한 학문적 구명을 못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사회과학의 연구상황에 대한 평가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실시한 『해방이후 한국사회과학의 발전과정』에 대한 조사에서 얻어진 결론이다.
이 조사에 참여한 김계수 교수(정치학·외대) 임종철 교수(경제학·서울대) 홍승직 교수(사회학·고대)등 3인의 학자들은 각기 자기분야에서 지난 30년간의 연구발전과정을 정하면서 한국사회과학의 연구현황을 그같이 평가했다. 「유네스코」한위는 이 조사를 10월말께 책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들 세 학자의 연구 중 「정치학」과 「경제학」을 살펴 본 것.

<정치학>
한국에서 정치학이 제대로 발족한 것은 해방과 시기를 같이한다.
초기의 한국정치학은 일본정치학교육의 영향을 받아 국가학이나 법학의 일부로서 정치학을 보는 일제하의 학풍을 벗어나지 못했다.

<발전터전 6·25후>
한국의 정치학이 본격적으로 발전의 터전을 마련한 것은 6·25동란 이후부터다.
54년부터 61년에 이르는 기간에 한국의 정치학은 이제까지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탈피, 「과학」으로서의 정치로 정착된 것이다.
62년부터는 그동안 구미에 유학했던 정치학자들이 학업을 마치고 대거 귀국함에 따라 구미 특히 미국의 정치학연구경향이 대대적으로 소개, 도입되었고 이때부터 한국의 정치학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 미국식 행태주의 접근법이 대유행을 하게되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에 대한 비판적 수용론이 강하게 대두했다.
한국정치학의 당면문제는 정치학자들이 일종의 「과외활동」으로서 수행해온 공공정책에의 참여가 너무 지나쳐 학자들의 연구가 「문제 지향적」으로 됨에 따라 학문적 연구의 질적 저하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듯한 경향이다.

<경제학>
한국의 경제학은 일제하에서는 일본군국주의에 의해 왜곡된 비과학적 경제학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경제학연구가 자유로와 지자 「마르크스」경제학이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50∼60년 큰 발전>
그러나 정부수립이후 좌익경제학이 탄압을 받게되고 신고전파경제학이 우세하게 되었다. 6·25동란을 계기로 구미제국과의 직접적인 접촉의 기회가 증대되고 원조무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한국경제학에도 새바람이 불어와 신·신고전파이론이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50년대 전반기에는 소득이론을 중심으로, 후반기에는 성장이론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전반에 걸친 10년 동안에 한국경제학의 이론수준은 크게 높아졌고 50년부터 도입된 계량경제학이 정착되었다.
6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의 경제학은 종래의 정치경제학적 입장에서 수리경제학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연구용 역적 학문>
이 시기의 경제학은 경제정책이 선정된 정책목표의 실천가능성을 모색하는 기술론의 영역에 머물러 연구용 역적 학문으로 타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진국경제이론을 토착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신·신고전파경제이론이 한국경제학의 주류로 정착했다. 한국경제학은 이처럼 그 이론 수준에 있어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내용」의 연구성향을 잃어가고 있으며 영국의 여류 경제학자 「조앤·V·로빈슨」이 말하는 「경제학의 제2의 위기」경고에 대해서 무딘 반응을 나타내고있다.
특히 「경제학의 제2위기」는 모든 경제현상을 양적 통계에만 의존. 경제현상의 질적 수준을 도외시한 것으로 한국경제학의 함정처럼 돼있다. 고용의 경우에도 실업률이 줄어든 외적인 현상에만 치중할 뿐 취업자의 임금이나 노동조건 같은 실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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