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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도 한약 조제·판매 할 수 있다" "없다"|한의사 약사 치열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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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약은 한의사가 처방, 조제한다」는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약사에게도 한약을 조제, 판매할 권리가 있다」고 약사들이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한약 조제 권을 둘러싼 한의사와 약사의 싸움이 치열하다.
한약은 그 특수성이나 관습으로 봐서도 한의사만이 조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약사들은 한약도 의약품임에 틀림없는 한 약사의 의약품조제는 당연한 특권이라는 것이다.
한약 조제 권에 대한 시비는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오승환)에서 74년 12월「약사법 중 개정에 관한 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표면화됐다.
한의 협 측은 74년 당시 전국적으로 개업약사의 약 6%가 약국에서 한약을 조제, 판매하자 약사들이 한의사 고유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단정, 약사가 주장하는 한약조제의 근거가 되는 약사법의 개 정을 청원했다.
즉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동 법 21조1항 아래「단 한약(생약)조제는 한의사의 영역이므로 약사는 할 수 없다」는 단서를 삽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대한약사회(회장 민관식)에서도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단서조항삽입개정에 대한 반대청원서」를 국회에 제출, 반격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이를 놓고 한동안 왈가왈부하다가 75년 12월에 한의사의 단서조항 삽입 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약사의 의약품 조제권은『대한약전』및 보사부장관이 인정하는 공정서나 의약품 집에 수재돼 있는 품종이나 의사·한의사의 처방이외의 방법으로 한약을 임의로 조제할 수 없다』는 부대결의안을 채택.
그후 부대결의에 대한 해석을 놓고 한의 협과 보사부 사이엔 의견서·질의서·건의서·재질의 서와 그 답변 공문이 수삼 차 씩 오갔고 지난 6월에는 보사부 측이 부대결의 중 공정서의 범위에 지난 69년에 제정된「기성 한약 서에 대한 잠정규정」(보사부 예규 233호)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약사의 한약 조제 권을 뒷받침했다. 그래서 약사들의 한약조제판매는 더욱 성행, 현재 전국적으로 개업약사의 13%인 1천3백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의 협 측은 크게 반발, 기성한약서의 범주를『동의보감』등 11개 한약서로 규정한 잠정규정은 한약업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것인데도(규정2조)약사를 위한 규정인 것처럼 확대 해석한 당국의 행위는 약사를 옹호하려는 편파적인 해석이라고 비난했다.
그 후 대한한약협회(회장 양원영)도 보사부에 유권해석의 철회를 요구하는 소원장을 제출했으며 한의 협은 약사 측에 공개토론을 제의하는 한편 약사법 21조1항에「단 한약은 조제 또는 혼합 판매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하도록 하는 법개정 재청원서를 2일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이러한 한의협의 움직임이 있자 보사부 약정당국은 지난 9월『대한약전』에서 생약부문을 삭제, 별도 추보판에 수록하여 약사의 한약 조제 권을 더욱 명백히 할 뜻을 비쳤고 약사회 측에서도 한의사는 한방진료 이외에 어떠한 투약·판매행위도 인정하지 않게 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강경책을 표명하게 되어 사태는 더욱 험악한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근본은 약사법에 규정된 의약품에 대한 정의의 해석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약사 측이 생약(한약)도 의약품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한의 측은 한약이 광의의 의약품에는 포함되지만 약사법에 의약품과 한약의 정의를 따로 하고 있는 것(약사법 2조4항과 5항)은 한약의 전통성과 특수성을 인정한 것으로 21조에 규정된 「의약품」은 한약을 제외한 일반의약품(양약)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의 측은 약학대의 교과과정이나 약사국가시험에 한약에 관한 과목이 한약조제의 특수성에 비해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약사가 한약을 짓는 행위는 약화 (약화)사고로 인한 국민보건 질서의 문 난과 고유 한방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며 짧고 부족한 교육으로 한약 조제 권 운운하는 것은 학문의 권위를 모독하는 처사라고 비난.
그러나 약사 측은 대학에서 배우는 생약 학·본초 학·약용 식물학만으로도 오히려 과학적으로 조제할 수 있으며 한의 측이 맥진·복진 등에 의한 진찰을 거쳐야 조제할 수 있다고 말하나 상담(문진)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의사의 비난을 일축하고 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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