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총련감시속 어당시 형제 면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모국방문직전 조총련에 납치되어 동경입천시백정1의12의1자택에서 조총련의 감시 속에 사실상 연금상태인 어당씨가 28일 현해탄을 건너온 동생 어영씨(47)와 7시간30분동안 만났다? 형 당씨는 10월1일 만경봉호로 강제북송될지도 모른다고 알려졌었으나 최근 북송은 일단 저지된 것으로 보이는데 동생 영씨는 27일 하오 외환은행 출장으로 일본에 건너간 길에 형을 만났다.
어영씨는 28일 상오 외환은행동경지점에 출장업무를 본 후 형의 집 부근의 지리를 잘 아는 외환은행직원의 안내를 받아 은행소유승용차로 낮12시50분쯤 형집에 도착, 하오6시까지 일본인기자 1명이 참석한 가운데 형과 가족을 만나고 집을 나섰으나 예약한 「택시」가 도착치 않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가 하오8시30분 집을 떠나 숙소로 갔다.
형집에는 어당씨와 형수등 가족, 그리고 조총련감시원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영씨는 형집을 찾아가면서 인삼주 10병과 명란젓을 가지고갔다.
어영씨는 당초 형집에 도착, 문을 두드렸으나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마침 집안에서 중국음식을 주문하여 배달원이 도착하자 형수 나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씨는 어영씨를 보자『들어오지 말라』면서 말렸으나 어영씨는 『형님 만나러 왔는데 왜 안되느냐』고 승강이를 벌였고 문간에서 조총련감시윈들과 약30분간 옥신각신 시비가 있었다.
영씨는 형과 만나 대작을하면서 『서울에 가자』고 권유했으나 조총련감시원이 서재와 뒷방에서 감시하고 있어 형은 묵묵부답이었다고했다.
이날밤 12시쯤 동경 「뉴오오다니호텔」에서 기자와만난 어영씨는 『최근의 일들은 우리 형제의 비극이자 3천5백만의 비극』이라고 울먹이면서 『형은 건강이 염려될 만큼 쇠약했고 무척 외로와 보였으며 얼굴에는 할퀸 자국이 있었고 입술이 터져 구타 당한 것 같았다』 고말했다.
어영씨는형과 만나는 동안형수 나씨와 조카딸(조선신보사기자)이 줄곧 자리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형수나씨는 차분한 태도로 어영씨를 맞이하면서도 이야기 도중 3∼4차례 큰소리로 『빨리 돌아 가십시오』라고 말했으며 저녁이 돼도 식사를 하고 가라는 인사말 조차 없었다고 했다」
어당씨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을 자주 보는 듯 최근의 서울소식을 잘 알고있었다고 어영씨는 전했다.
어영씨는 주위 환경 때문에 형과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으나 헤어지면서 귀엣말로 『북송되면 안됩니다. 북송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있지요』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여 형의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으며 4명의 조카들 가운데 큰 조카만 만나고 나머지 3명은 만나지 못했다고 서운해 했다. 이들 형제가 만나고 있는 동안 감시하고 있던 조총련 청년들은 자리를 자주 떠 다른 사람과 교대했다는 것. 밖에도 20여명의 조총련계 사람이 몰려 있었다.
어영씨는 29일상오10시 다시 형의 집을 방문하고 앞으로 3일간 동경에 더 머무르면서 은행일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