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위주로의 생산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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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리보다 밀을 더 생산해야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곡의 구성비를 보면 밀의 소비증가 추세가 보리의 그것을 점차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기적인 소비구조 변화는 동남아 여러 나라나 일본의 경우와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런 경험으로만 판단하면 보리는 쌀이나 밀에 비해 열등재임이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 확실한 곡종이라면 미리부터 증산의 기반을 다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농수산부가 내년부터 보리 보다 밀의 증산에 더 주력할 방침을 세운 것은 따라서 뒤늦은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달리 생각하면 주곡의 자급이라는 더 큰 과제 때문에 밀 증산의 긴요함이 그 동안 밀려난 것으로 봄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번의 맥류생산계획변경은 주곡생산에서 그만큼 여유를 얻게 되었다는 반증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곡물일반으로는 대체로 소득이 늘어나면 곡물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농협조사로는 지난64년 이후 10년 간 도시가구의 곡물소비량은 16.2%가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인 쌀은 그래도 적게 줄어 12.2%감소한 반면 보리는 무려 50%가 감소하고 있다. 유일하게 밀가루 소비만31.5%가, 늘어나는 역진 현상을 보였다.
이는 주곡인 쌀과 보리소비를 밀가루로 대체한 결과지만 그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쌀 수입대신 이제는 소맥 도입이 주종을 이루어 한해에 3억「달러」를 넘는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 도입소맥의 시세는 오르는데도 소비자 가격을 낮게 하자니 자연 정부재정부담만 늘어나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의 양정이 생산과 소비의 장기적인 변화를 정책에서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쌀과 보리생산에서 정말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면 밀의 증산은 당면과제로 추진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밀의 증산만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곡종과의 소비균형을 깨지 않아야 하는 점이다. 도시가구의 보리쌀 수요가 크게 줄었다해도 국민전체의 보리소비는 아직도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절대소비량에서도 보리는 아직도 밀가루 소비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사실은 앞으로의 곡종간 소비대체의 방향을 암시한다. 즉 도시가구의 주곡소비는 주로 밀가루로 대체하고, 농촌지역은 자가소비용 보리생산에 치중하되 여유 경작지에 밀 재배를 권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단계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현재 보리 식부면적의 50%를 81년까지 밀 재배로 바꿀 것이라 하나 이는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소비구조는 단시일 안에 바뀌지 않으며 지금의 보리생산도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부면적을 행정력으로 조정하기보다는 밀에 대한 정부 수매 제를 채택하여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급한 정책선회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밀의 생산성을 높이는 열은 매우 시급하다. 쌀이나 보리에 비해 생산성향상의 노력이 뒤 처진 결과 밀의 단위면적 당 수확량은 지난69년이래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밀의 획기적인 품종개량으로 녹색혁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멕시코」「파키스탄」의 경험이 우리에게도 원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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