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기자의 댓글톡톡]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순간 안타까운 카카오톡 메시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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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걱정하지마. 구명조끼 메고 애들 모두 뭉쳐있으니까. 배 안이야.”

침몰이 시작된 오전 10시. 단원고에 재학 중인 신 모(18)양은 침착했다. ‘침몰 위험이 있으니 밖으로 나오라’는 아버지의 다그침에도 신 양은 “아니, 아빠. 지금 걸어갈 수 없어. 복도에 애들 다 있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8시 58분쯤 승객 459명을 태운 여객선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280여명의 생사가 불투명하다.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는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해당 여객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5명, 선원 30명, 일반인 8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진도 여객선 생존자 명단은 170여 명에 불과하다.

생존한 학생들은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고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실종된 친구들을 걱정했다. 가족들은 추가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탑승자와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가족들은 어느 순간부터 수신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

‘웅기’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사용자는 오전 9시23분쯤 형에게 “형 지금 배타고 제주도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딛혀서 배가 안 움직이고 수상구조대인가 뭔가 오고있대”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형은 “그래 구조대오면 금방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천천히 정신차리고 하라는대로만 해. 마음 강하게 먹고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메시지에서 수신을 확인하는 숫자 ‘1’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단원고에 재학 중인 신 모군(18)도 어머니에게 사고 전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내가 말 못 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여객선 침몰 상황을 몰랐던 엄마는 아들의 애정표현에 “왜? 나도 아들 사랑한다”라고 답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긴박한 순간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는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빠른 구조를 촉구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인명 피해를 줄여야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루종일 혼선을 빚은 정부당국의 소통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대형 재난사고가 났을 때 수습대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해양경찰청보다 200명이나 많은 구조자 숫자를 발표하는 등 기관 간의 부조화를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언론 오보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현재 해경은 특공대를 사고 여객선에 투입해 쇠망치로 선박을 두드리며 신호를 감지하는 등 선체에 승객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선체 내부 확인에는 112잠수구조대와 서해청 특공대가 투입됐지만 물살이 거세 애를 먹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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