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반환 결정적 역할 혜문 스님 "김진태 총장, 자승 스님 도움 받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국보급 문화재 9점이 돌아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사진) 스님은 15일 이번 일에 얽힌 비화를 소개했다.

 -어떻게 성사됐나.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미국에선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큰 몫을 했다. 신속한 반환을 촉구하는 서신을 존 케리 국무장관, 제이 존슨 국토안보장관,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두 상원 의원인 다이애나 페인스타인과 바버라 복서에게 보내줬다.”

 -한국에선 누가 도왔나.

 “먼저 김진태 검찰총장이 적극 지원했다. 3월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총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총장은 내가 있는 봉선사로 찾아왔다. 국새 이야기를 했더니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김 총장이 반환과 관련된 법 절차를 담당하는 미 국토안보부에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업무를 끝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다. 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방문, 상황을 설명했더니 ‘불교계에서 노력한 일이니 거들겠다’며 적극 도움을 주셨다. 요로에 부탁을 했을 거다.”

 -반환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11월께 국새가 반환된다는 소식과 오바마가 올 상반기에 온다는 이야기를 거의 동시에 들었다. 소식을 접하는 순간 최고의 물건은 최고의 인물이 가져와야 격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1월 말 미국으로 날아가 두 달 반 동안 머물며 오바마 방한 시 국새 반환 운동을 벌였다. 여기엔 11개 재미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해 적극 지원해줬다.”

 -소감은.

 “꿈을 이뤄 더 없이 기쁘다. 이번에 돌아오는 유물들은 한국전 때 유출된 거다. 이를 60년 만에 되찾게 되고, 그것도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직접 가져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림으로써 입었던 상흔을 성공적으로 치유한 쾌거다.”

 -향후 포부는.

 “돌아올 보물들로 남북 교류 전시를 했으면 한다. 이 문화재들이 남쪽의 시민운동을 통해 반환됐다는 게 알려지면 민족 동질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