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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뉴스클립]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어떻게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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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희망나래에서 중학생들이 제과제빵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는 현재 14개가 운영 중인데 올해 말까지 25개로 늘릴 예정이다.

정유진(12)양은 올해 서울 일원동에 있는 대왕중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자유학기제 연계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이하 집중학년제) 도입 학교라 올 한해 내내 진로탐색 관련 프로그램을 한다. 대체 뭘 한다는 걸까.

우선 이 학교는 과목별로 한 학기에 한 두번씩 진로 연계 수업을 한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내가 꿈 꾸는 직업의 롤모델이 누군지 조사해서 발표하라는 과제를 내는 식이다. 교과 내용에 관해 참고서를 베끼는 게 아니라 내가 장차 하고 싶은 직업이 뭔지, 그 직업의 롤모델은 누군지를 찾은 다음, 그 인물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거다. 정양은 “나는 변호사가 꿈”이라며 “궁금한 내용에 대해 직접 찾아보며 조사했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꽤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양은 “24일로 예고된 체육 과목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스포츠 에이전트 관련 법조인이 특강을 하기 때문이다.

진로직업체험센터에서 바리스타 특강을 듣는 아이들.

이렇게 일반 학교와 달리 정규 수업시간 중에도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지만 본격적인 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대왕중은 매주 목요일 5~7교시를 진로탐색 동아리 시간으로 편성했다. 정양이 가입한 글로벌 인재반을 비롯해 47개 동아리에 든 학생들이 이 시간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아직 학기초라 본격적인 체험을 하지 않았지만 한 학기 내내 동아리 성격에 맞는 활동을 한다. 글로벌 인재반은 이번 학기동안 인권보호기관이나 지역 복지기관을 찾을 계획이다.

서울에서 중1 진로탐색 집중 학년제를 도입한 학교는 150개로 학생수는 3만8186(서울시 교육청 2월 조사 기준)명에 달한다. 이 많은 학생이 매주 한 차례씩 각각 원하는 직업현장을 찾거나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 그래서 각 학교가 주로 활용하는 게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14개)와 청소년수련관(32개)이다. 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직업 체험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2, 3학년이 중간고사 시험을 보는 기간을 이용해 1학년 전체 학년이 이런 곳을 찾아 체험하기도 하고, 동아리별로 따로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관도 수요를 다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9일 오후 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에 갔더니 문정중 학생 16명이 파티셰(제과제빵사) 체험을 하는 중이었다. 우송정보대 제과제빵 학부 퇴직 교수인 이영옥 강사가 시키는대로 학생들이 직접 반죽을 해가며 빵과 마들렌 등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파티셰 외에 캘리그라피(개성있는 글씨 만드는 사람)와 조향사(향기 만드는 사람), 패션 디자이너, 푸드 스타일리스트, 쇼콜라티에(초콜릿 만드는 사람),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사람), 슈가 크래프트(설탕 공예가) 등의 직업체험을 할 수 있다.

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 오지연 특화상담팀장은 “한 학교가 한날 한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체험하기도 하고, 동아리별로 특정 강좌만 여러 번 반복해서 듣는 경우도 있다”며 “올해 프로그램은 이미 모두 마감됐다”고 말했다.

강좌당 20명이 넘지 않는 소규모로 진행하며 수업은 무료다. 하지만 적게는 일인당 5000원에서 많게는 1만 2000원까지 각각 재료비를 내야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이 돈조차 부담스럽다”며 “재료비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꿈이 있는데 비용 때문에 참여 기회를 놓친다면 진로탐색이라는 취지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관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윤여복 장학관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모든 기관에서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한 학부모는 이런 체험기관이 학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걸 문제로 지적한다. 중1 아들을 둔 이은영(45·송파구)씨는 “수련관 등이 대부분 학교에서 먼 곳”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당산중 김보기 교사도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의 일정과 학교 일정이 잘 맞지 않는 데다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집중학년제를 실시하는 학교라도 오전에는 정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결국 오후밖에는 이용할 수 없는데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너무 멀다는 얘기다.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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