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 대지진 발생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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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지난 9윌1일은 일본관동 대지진이 일어난 지 53년째 되는 날로 이날 동경에서는 훈련이 실시됐다. 최근의 중공 당산지구의 대지진은 평소「지진망령」에 시달림을 받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일본인들의 지진 공포증을 또 한번 자극하고있다.
지진학자들 중에는「69년 주기설」을 주장, 관동대진화 정도의 큰 지진이 1991년께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항상 지진을 걱정하면서도 징후에 대해서는 면역성이 있는 것 같았다.
때때로 진도3∼4도의 경진이 창문을 요란하게 흔들고 식탁 위의 물「컵」을 동요시키지만 보통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관동대진재급의 지진이 일어난다면?」하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있다.
지난 7월에도 일본에서는『관동을 횝쓴「매그니튜드」7·9, 진도 6의 지진이 남관동을 급습했다』는 가정으로「남관동지역 지진재해 경보훈련」을 실감나게 실시한바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과밀도를 자랑하는 동경과 그 인접 현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가정 한 것이다.
이른 아침 경시청과 동경도 및 8현 경찰 5만8천명과 자동차 2천2백대, 「헬리콥터」9대를 「지진발생」신호와 함께 동원하여 교통통제·시민의 피난구조·진화훈련을 실시했다.
이때 긴급재해경비본부가 가정한 피해상황은 1도8현에서 사망9만1천여명, 건물전소 42만7천동, 전반파 26만2천동.
그러나 지진전문가들은 동경에 23년 대지진같은 강진이 재발할 경우 50만 이상이 죽을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어디까지나「가정」이기는 하지만 남관동에 걸쳐 처음으로 실시된 이같은 훈련의「피해상황」을 보고 동경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강 큰 문제는 동경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수년 전 까지만 해도 지진의 위협 때문에 고층「빌딩」의 건축을 자제했었다.
이제는 50층 가까운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인구밀도가 과밀한 길거리에는 홍수처럼 자동차가 밀리고 있다.
동경의 지진 위험도와 관련, 동경도방재회의지진부회는 2년반만의 연구조사 결과를 얼마전에 발표했다.
이 조사는 동경도내 23구를 사방 5백m 단위의 2천3백9개소로 쪼개어 지진 위험도를 측정한 것이었다.
「위험도0」부터「위험도4」까지 5등급으로 나눈 결과 『위험성이 꽤 높다』는「위험도3」이 3백9개소,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는 「위험도4」가 9개소로「3」과「4」에 해당하는 지역이 동경도 전체면적의 약14%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 특히 문제는 자동차. 관동대지진 당시 동경중심으로 운행되던 자동차 댓수가 4천대였으나 현재는2백60만대로 지진이 발생하는 순간 40만대가 운행중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피난장소로 향하는 통행을 위해 주요도로는 거의 전면 교통을 두절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자동차 피난대열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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