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이, 걸!"메노포즈' 출연 박해미·김유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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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박해미(下)씨와 김유진씨는 "'메노포즈'와 '헤이, 걸!'은 웃기면서도 심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임신한 여자들의 이 고통 아침엔 구역질 변덕스런 감정/눈물 치질과 가려움의 고통 못잊어"('진료실에 앉아' 중)

"거울 속 내 얼굴 주름 자글자글 똥배가 여름엔 더 출렁출렁/넌 이제 변했어 그 때 그 소녀가 아니야"('세월 흘러가네' 중)

뮤지컬이 여성을 노래한다. 임신과 폐경을 소재로 한 소극장 뮤지컬 두 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임신부 다섯 명이 등장하는 아카펠라 뮤지컬 '헤이, 걸!'. 지난 1일 개막,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인아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아파트 단지 내 엄마되기 모임에서 만난 다섯 명이 임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전자변형식품 공장에 맞서는 내용이다.

다음달 3일부터 7월 말까지 서울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메노포즈'는 폐경기라는 뜻의 영어 제목 그대로 폐경을 전후한 네 명의 중년 여인이 등장한다. 백화점 란제리 세일에서 만난 네 사람이 서로의 증상을 털어놓은 끝에 폐경을 치욕스러운 것이 아닌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꿋꿋하게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박해미.전수경.이경미 등 지난해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세 사람이 나란히 출연하고 'YMCA' 등 친숙한 곡들을 가사만 바꿔 부른다.

박해미(42)씨와 '헤이, 걸!'에 출연하는 김유진(26)씨를 만났다. 김씨는 임신은 물론 결혼 전이고 박씨도 폐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이번 공연들의 부적격자들이다.

박씨와 김씨는 "자칫 심각할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가령 '메노포즈'에는 한 출연자가 머릿솔을 바이브레이터(진동기) 삼아 몸을 움찔거리며 "Only You~"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박씨는 "남편 없이도 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 된 여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이, 걸!'에서는 임신한 유진이 남편을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씨는 "임신 후에도 여성의 성욕은 여전한 것으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여성에게 임신은 끝이 아니고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고통스럽게만 여기다가 결국 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박씨는 "남성들이 결코 알지 못할 여성의 임신과 폐경에 대해 완벽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여성은 물론 여성에 대해 알고 싶은 남성들도 반드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 걸!' 1만5000~2만5000원, 02-762-0810. '메노포즈' 6만원, 02-6000-6790~1.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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