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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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프리카의 사자와 대조되는 아시아의 동물로 호랑이는 사자와 더불어 동물계의 2대 맹수다.
하얗게 눈이 쌓인 바윗 산에 살며 살생과 고독을 즐기는 대표적인 동물.
그래서 합 사가 어려우며 군서 생활을 하는 사자와 달리 한 마리씩 동떨어져 외롭게 산다. 사고력이 깊으며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방황하는 낭만의 동물이기도 하다.
물을 꺼리는 사자에 비해 호랑이는 물을 좋아한다. 여름철 더위엔 하루에 두 서너 번씩 목욕을 해 더위를 쫓는다. 용인자연농원에 있는 호랑이는 시베리아 산으로 몸무게가 2백50㎏.
여름더위가 고비를 넘기면서 식욕을 되찾아 하루에 토끼와 닭고기를 5∼8㎏씩 먹어 치운다.
냉수를 좋아해 한 마리가 한꺼번에 큰 대야 하나정도의 물을 마시는데 점심을 먹고는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그늘진 곳에서 배를 깔고 자는데 호랑이 배에 냉 점이 있어 시원함을 느낀다.
호랑이는 자면서도 긴 꼬리로 쉴새없이 쇠파리를 쫓는다. 시베리아 산 호랑이의 꼬리는 무려 1·2m나 되는데 꼬리가 보통 목까지 닿는다.
호랑이는 또 자면서도 앞다리부분의 호 경골을 핥는다. 호 경골은 앞다리의 뼈로서 한방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리는 약재인데 호랑이를 잡으면 호랑이 값의 3분의2가 호 경골 값이라는 것. 만병특효약으로 호랑이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데 왜 그 곳을 핥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용인 호랑이엔「용인 관상 대」란 별명이 있다. 아침부터 목욕을 하면 그날은 틀림없이 수은주가 30도 이상 오르고 저녁에 다시 목욕을 하면 밤엔 거의 천둥이나 소나기가 퍼붓는다는 것.
영하 20∼30도의 추위를 즐기는 호랑이에게 가을은 반가운 계절이다. 암놈 2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수놈은 서늘한 바람과 함께 생기를 되찾으며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영제<용인자연농원 동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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