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는 것이 꼭 저질은 아니다"|TV드라마『천여화』의 작가 권기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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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텔리비젼·드라마」에서 문학적인 요소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무리일는지 모르지만 TV현실을 인식한 범위 안에서나마 다른 문학「장르」에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과 의욕을 갖게 됐어요.』『천녀화』의 작가 권기흥씨(46)의 말이다.
『10년만에 볼 수 있는 작품과 작가를 발굴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평처럼 작가 자신의 포부와 각오도 단단한 편이다.
『천녀화』는 이조 말 대원군 치하에서 쇄국주의와 개국 론 사이의 갈등을 다룬 작품. 올해가 마침 개항 1백주년이라 그 무렵의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두고 소재를 찾게 됐다고.
자료정리에 2개월, 2백자 원고지 2천5백여 장의 만만치 않은 양 때문에 집필에 3개월이 걸렸다. 그 뒤 2번 추고하고 지난3월 완성을 봤다.
권씨는 이미 몇 차례 현상소설에 입상, 화려한 경력의 기성작가다. 60년 한국일보가 모집했던 장편소설 모집에『탈피』로 입선한 것을 비롯해 71년 삼성문화재단의『남박고개 아래 사람들』(장편)이 입선, 73년 다시 한국일보에 장편『비산비야기』가 당선, 그의 문학적 재능은「상복」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소설작가가 방송「드라마」에 손을 댄다는 것은「외도」라는 관념 때문에 꺼리기 일수. 이런 면에서도 역량 있는 기성작가가 TV「드라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반가운 현상.
권씨 자신도『외국의 대작가도 TV「드라마」집필에 창작 못지 않은 정력을 쏟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이번을 계기로「드라마」집필에 좀더 몰두하겠다』고 말하고『TV「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해서 반드시 저질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평소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음에도 역사물에 직접 손대기는『천녀화』가 처음이다.『천녀화』는 대원군 때의 사실에 근거를 두었지만「스토리」전개는「픽션」쪽이다. 완성을 한 뒤 완벽한 만족은 못했지만 개화기의 얽히고 설킨「스토리」전개가 스스로 매혹될 만큼 흥미는 있었다고 했다.
권씨는 지난해 문 협 성남지부를 결성, 지방 문학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경북 예천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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