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군은 미친 짐승처럼 날뛰었다" 목격한 노무자들이 말하는 판문점의 만행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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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발의 야욕을 또 한번 드러낸 계획적인 만행이었다. 살의에 찬 북괴군은 미친 짐승처럼 날뛰면서 사전에 준비했던 흉기를 닥치는 대로 휘둘러 무자비한 살육행위를 저질렀다. 가지치기 현장은 삽시간에 피바다가 되고 대비 없이 작업에 나섰던 경비병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무참하게 얼굴을 찍혀 쓰러지고 목숨을 앗겨 개펄에 내동댕이쳐졌다. 붉은 만행을 전해들은 국민들과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관광객들은 북괴의 악랄한 살인행위에 격분을 참지 못하고 밤새 치를 떨었다.

<작업경위>
사고당시 KSC노무단 12중대소속 노무자 곽희환(40·경기도 파주군 문산읍 선유1리 948) 이형로(34·문산읍 마정리) 김칠룡(40·상동) 장통치(35·고양군 중면 일산리) 손원선(35)씨 등 5명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에 있는 높이 30m 25년생 미루나무 가지를 치기 위해 상오10시20분 미군장교 2명, 한국군장교 1명, 그리고 양측병사 8명의 경호아래 「유엔」군 「트럭」을 타고 출발, 현장에 도착했다.
이 나무는 나뭇잎이 너무 무성해 판문점을 찾는 관광객들이 회담장 동쪽 관망대에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바라보는데 시야를 가려왔었다.
곽씨등 노무자 둘은 지난 주말에도 이 나무의 가지를 치러갔으나 북괴경비명의 방해로 작업을 못하고 돌아와야 했었다.
노무자들은 가지치기에 필요한 사다리·도끼 3자루·소형톱 2개·대형톱 2개·「모터」톱 2개·손도끼 1개·「정글」용 칼 1개 등을 휴대하고 갔었다.
상오 10시40분쯤 현장에 도착한 곽씨와 이씨는 나무아래에 있었고 김·장·손씨 등 3명은 사다리를 타고 나무위로 7m가량 올라가 곁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곽씨와 이씨는 갈라낸 가지를 도로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나뭇가지 5개를 쳐냈을 때 북괴군중위가 이끄는 경비병 15명 가량이 「지프」를 타고 현장에 나타났다.

<만행경위>
노무자 곽씨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한 북괴군은 작업하는 광경을 약5분간 지켜보며 서성대다가 북괴군중위가 앞에 나서 『작업을 그만 두라. 그만두지 않으면 너희들 죽는다』고 소리치며 「유엔」군측 미군대위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노무자들은 일단 작업을 중단했다.
이때 미군대위가 『정기적인 전지작업』이라며 작업을 계속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자 북괴군중위는 갑자기 미군대위의 뺨을 때리며 『죽여라』고 소리쳤다.
이 소리에 뒤에 있던 북괴군병사들이 준비했던 쇠꼬챙이·몽둥이 등을 들고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나무 위에 있던 노무자 김칠룡씨가 겁에 질려 나무아래를 내려다보니 30∼40명의 북괴군 증원부대가 2대의 「트럭」에 나누어 타고 달려와 미군들을 완전히 포위해 버렸다.
「트럭」에서 내린 이들은 곧 3∼4인씩 조를 짜고 분산, 「트럭」에서 갖고 내린 길이 1.5m가량의 몽둥이·쇠꼬챙이 등을 휘두르며 우왕좌왕하는 소수의 「유엔」군과 「카투사」를 닥치는 대로 치고 받았다.
김씨는 그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에서 뛰어내려 달아났다』고 말했다.
북괴군들은 나무 위에 피해있던 장·손씨 등에게 달려들어 작업용 도끼를 빼앗아 이 도끼로 미군대위의 머리와 어깨를 뒤에서 마구 내리 찍었다. 미군대위는 그 자리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고 곳곳에서 미군과 「카투사」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곽씨 등 노무자 5명은 들고 있던 연장만 들고 간신히 현장을 빠져 나왔다.
구조 노무자들은 숲속에서 잠시 피신해 있다가 1km쯤 떨어진 「유엔」군측 제2초소에 연락하기 위해 남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를 본 북괴군4∼5명이 뒤쫓아왔다. 곽씨등은 다시 숲속으로 뛰어들어 북괴군이 2주전에 가설한 비상도로를 통해 안전지대로 겨우 피신, 지휘초소에 도착했다.
곽씨 등의 보고를 들은 초소에서는 곧 지원부대를 파견, 20분쯤 후 부상한 미군대위1명과 부상병 그리고 개펄에 버려진 미군시체1구를 날라왔다.
시체는 얼굴을 분간할 수 없게 뭉개졌고 중위계급장이 있었으나 군화도 한 짝이 벗겨져 있었다.
부상한 대위는 응급치료 중 사망했다. 처참하게 살해당한 미군대위는 한국복무를 마치고 19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초소·트럭 파괴>
북괴군들은 성이 차지 않는 듯 「자유의 다리」 남쪽에 있는 「유엔」군 제3초소에 뛰어들어 초소를 박살내고 구조대가 타고 갔던 「트럭」등 차량3대도 모두 부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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