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캐서린 … 다이애나와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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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나는 좋은데 남편은 좀 튄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하는 남편 ‘흉보기’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곳도 일국의 왕세손빈이 했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뉴질랜드를 방문 중인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캐서린이 실제로 한 얘기다. 자신의 에메랄드빛 코트에 대해 한 60대 여성이 “아름답다”고 감탄하자 한 얘기였다. 커피 매장의 소년들이 “곧 부활절 휴가 기간인데 뭐 할 거니”란 질문에 낯을 붉힐 뿐 어느 누구도 답을 못하자 찡긋 윙크하곤 “절대 비밀이구나”라고 했다.

 7일부터 3주에 걸친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빈, 그리고 조지 왕증손의 뉴질랜드·호주 방문은 1983년 찰스 왕세자와 당시 부인인 다이애나비의 순방과 비교되곤 한다. 같은 여정을, 돌이 채 안 된 윌리엄 왕손이 동행했었다. 당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지금도 인기몰이 중이다. 다이애나비와 캐서린빈 모두 탁월한 패션 감각을 뽐내고 있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두 사람이 대중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22세로, 남편과 13살 차이 나는 ‘어린 신부’였던 다이애나는 하도 수줍어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주위에서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찰스 왕세자와 이미 겉도는 듯했다. 캐서린은 윌리엄 왕세손과 32세 동갑내기로 친밀한 모습이다. 그래선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즐긴다.

 캐서린은 공군기지에서 5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군인의 아내를 만나선 “조지가 더 어렸을 때 윌리엄이 (공군이라) 집에 없을 때가 많았다”며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남편과의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제요트경기대회인 아메리카스컵 출전자들과 함께 부부가 나뉘어 약식 경주를 했고 결국 캐서린이 속한 팀이 이겼다. 캐서린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사진기자가 윌리엄에게 “부인이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다”고 물을 정도였다.

 요즘 뉴질랜드에선 국기에서 영연방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유니온잭을 빼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18세부터 30세까지 뉴질랜드 성인의 66%가 영국 군주가 아닌 뉴질랜드인이 국가 수반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정으로 가자는 얘기였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공화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지금 캐서린의 자신감 있는 모습이 왕실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윌리엄은 이날 숄을 짜 선물한 이에게 “곧 하나 더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지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예고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사진설명]
캐서린 왕세손빈이 뉴질랜드를 사로잡았다. 위 부터 조지 왕증손과 가족 단체 주선 행사 참석(9일), 요트 경기 승리 직후(11일), 해밀턴 공항에 도착해 인사하는(12일) 모습. [AP·로이터=뉴시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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