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뜨개질이 내 아이를 확 바꾼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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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국자인 대표

지하철에서 저마다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들이 눈을 들었다. 뜨개질하는 내 손놀림에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할머니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거 뭐 뜨는 거유? 나도 예전에는 많이 떴는데….”

 뜨개질. 대바늘이나 코바늘을 들고 한 땀 한 땀 정성껏 입고 걸칠 수 있는 어떤 걸 만드는 행위다. 뜨개질은 흐뭇하고 따뜻한 풍경으로 아줌마·아저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성 역할 고정적 이미지도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여성도, 누구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뜨개질은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다 몇 년 전 어떤 해외 후원단체가 모자 뜨기를 하면서 웃는 70대 할아버지를 포스터에 올려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나 동료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뜨개질의 장점을 알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뜨개질은 경쟁으로 날카로워지고, 모가 난 우리 아이들의 인성을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뜨개질을 가르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남자 아이가 여자 친구를 위해 뜨개질을 배워 뭔가를 만든다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스마트폰 커버, 노트북 덮개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만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창조물이 명품 아닐까. 명품은 값비싼 브랜드가 더 이상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 학교에서 체험활동 같은 수업시간에 뜨개질을 배우는 곳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으로 도입해볼 만하다.

 또한 뜨개질은 코바늘이든 대바늘이든 하나만 알면 된다. 모든 과정이 이것의 변형이다. 어렵지 않은 반복적인 작업이 새로운 창조물을 낳는다. 초보가 시작하면 손도, 어깨도 아프다. 그런데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고 싶지 않다.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마약과 달리 뭔가 결과물이 남는 좋은 중독성이다. 게다가 콧수를 세고 치수를 확인해야 하니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하며, 몰두하는 동안 성정이 차분해진다.

 뜨개질을 시작하면 집 안 풍경도 바뀐다. 집 안에서 누군가 뜨개질을 시작하면 식구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거 뭐야? 나도 해봐도 돼? 이거 나 줄거야” 같은 질문과 관심이 이어진다. 그러다 훈수도 둔다. “그거 목도리야? 내 것도 하나 떠주지. 색깔은 회색이 좋을 거 같은데.” 우선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또 멋져 보이기 위해서 뜨개질을 할 때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을 체험해보자.

이미애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