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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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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베베·비킬라」의『나의 신조』라는 것이 있었다. 「로마」(60년)와 「도오꾜」(64년) 「올림픽」에서 두 번 이나 거듭해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던 「마라톤」왕의 자기계율이다.
첫째는 순수한 조국애를 가질 것, 둘째는 금연·금주, 그리고 절제의 생활을 할 것, 세째는 만심을 갖지 말 것.
그의 신조에 따르면 순수한 조국애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한다. 절제의 생활은 기록을 지킬 수 있게 한다. 그는 여성과 교제할 때도 언제나 자신을 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강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아베베」의 신조가운데범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만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경기에서의 우승은 언제나 마지막이 아니라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우승자가 되고 나면 세상에선 예외 없이 달콤한 소리를 던져준다. 그는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했다고 한다. 축배 한잔도 기분으로 따르지 않았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우승자로서보다는 근엄한 자기수련의 내면으로서 더 돋보인다. 비범한 사람은 무엇인가 비범한 것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서 각광을 받는 운동선수들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어딘가 비범한 면모가 엿보인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인내하고 극복하며 남모르게 자기를 연마한사람들. 어둡고 지루한 시간들을 이겨내며 한결같이 노고를 쌓은 사람들. 요령보다는 인간의 성실성을 더 믿는 사람들-.
이번「몬트리올·올림픽」에서「메달」을 받은 한국선수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여자 배구선수들이 승리를 거두는 순간에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은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려준다. 그것은 다만 승리에의 도취이기보다는 자기수련의 한「클라이맥스」를 보는 감동일 것이다.
이들「메달리스트」들은 응분의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노력보다는 기회를, 성실보다는 요령을, 자기 희생 보다는 남의 희생을 추구하려는 약삭빠른 세태에 묵묵히 절제의 미덕을 실천해 보인 이들에겐 마땅한 보상이기도하다.
그것은 또 사회적인 교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은 성실과 노고 속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선망하는 것은 그런 인간「드라마」라는 것을-.
「메달리스트」들도 오늘의 성취에 자만하지 말고, 지금도 남모르게 노고를 쌓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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