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역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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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을 반경 70km까지 넓혀 대규모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한마디로 매우 의욕적이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없지 않다.
이런 구상은 4차 계획기간중의 국토개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수도권을 광역화하자는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종합국토계획의 하나로도 진작부터 편성되어 있었다.
이 계획이 그대로 채택될 경우 수도권의 범위는 경기도 전역과 강원도 일부까지 포괄하여 전국토의 12.6%가 수도권으로 변하게 된다.
물론 이런 구상은 광주 경주 제주권 등 기타 특정지역개발계획과 함께 추진된다면 종합개발에 따른 상승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수도권정책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너무도 방대하고 복합적이어서 그 매듭을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수도권의 과잉비대는 비단 인구문제뿐만 아니라 산업·주거환경이나 안보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각계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정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왔지만 워낙 다양한 정책변수가 상호연관을 맺고있어 쉽사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의 대규모 광역화구상은 이런 현안들에 어떤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은 사전에 좀더 충분히 검토되어 정책의 합리성이 검증되어야한다.
이 구상과 관련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문은 이처럼 수도권을 무한정 늘려 가는 국토개발이 장기적으로 유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독특한 도시화유형에 비추어 광역화가 몇 안 되는 선택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 계획처럼 국토의 12%를 수도권으로 편입할 경우의 사회경제적 변화들은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
그것이 비록 다른 지역 계획과 관련되는 종합계획의 하나라 해도 결국은 현재의 수도권 기능을 외연적으로 확대하는 결과와 다를 바 없다. 이는 곧 지금까지의 수도권개발이라는 기본방향에서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번의 대규모 광역화구상은 그 「획기적」의미가 반감되고 만다.
지금의 수도권 과잉비대는 원천적으로 개발의 불균형과 격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따라서 수도권 광역화는 인구의 사회적 이동을 억제하기에 충분할 만큼 개발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오히려 광역화되는 만큼 개발 격차가 확대되어 수도권집중이 더욱 촉진될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도시화의 여러 과정을 보아도 새 도시형성에 비해 기존도시중심의 팽창은 비생산적이며 지역격차의 완화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도권광역화구상은 기존의 여건과 현실을 전제로 하는 수도권역의 확대로서가 아니라 인구·산업의 합리적인 분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실태조사와 부문별 계획의 정비가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간의 개발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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