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불교사·전 동국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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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의 책장에서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이 있다면 50여년 동안 애써 찾아낸 각종 불경의 원본이다.
한 조각·한 장밖에 되지 않지만 나와 같은 불교사 관계 학도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고 이상백 선생이 나에게 넘겨준 돈황 발견 반야경원본 한 장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중국·일본·몽고 등지에서 1만여 권이나 구했던 불서들을 6·25사변동안 거의 잃어 버렸다. 지금은 그후 틈틈이 국내·해외여행 중 사 모은 5천여 권이 내 서가의 전부일 뿐이다.
몇년 전 2층에 있는 책이 무거워 낡은 대들보가 무너지려는 바람에 지금은 연구실이 있는 대원정사(남산)에 분산해 놓고 있다.
책을 구입하며 가장 기뻤던 때는 6·25때 잃어버린 책을 부산이나 대전의 고서점에서 다시 찾아냈을 때다. 가끔 서가 속에서 그 때의 책을 보면 잃어버린 옛 책들이 눈에 선하고 대학조교 때부터 책을 구하기 위해 여행하던 일이 자꾸 회상된다.
70고희를 넘긴 지금은 젊었을 때보다 서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시간이 많지는 못하다. 그러나 수많은 후배들이 불교학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어 옛날 같은 고독한 학문을 하지 않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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