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갑·을 … 환노위, 법사위 월권금지 결의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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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또 ‘수퍼갑(甲)’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택배기사·보험설계사·레미콘기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퀵서비스기사 등 특수고용직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사위에 계류하고 있다.

 이에 환노위는 10일 법사위의 월권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5일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의 월권 금지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상임위 차원에서 법사위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마련하는 건 이례적이다.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통화에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에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주도해 만든 결의안 초안은 “법사위는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해당 상임위원회가 심사하여 의결한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만을 심사하고, 법률안의 내용에 대한 월권적 심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환노위를 통과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은 질병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산재보험 적용 제외신청이 가능하게 돼있는데 법사위가 민간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사위는 “헌법이 규정한 비례·과잉금지의 원칙에 맞춰 법률을 심사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보험설계사는 투입된 시간에 비례해 소득 증감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보다는 사업자에 가깝다. 산재보험 의무적용 대상인지 좀 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어디까지를 근로자로 볼 것인지는 당의 철학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 상임위가 아닌 당 정책위 차원에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환노위와 법사위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수정을 두고 법사위 월권 논란이 벌어졌다. 김성태 의원은 “법사위가 국회법에 명시돼 있는 상임위 활동을 지나치게 관여·침해하는 건 명백한 월권”이라며 “보험업계 로비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 때문에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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